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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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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5월 21일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니깐 여태까지 의외로 응급실 구경을 자주 했었 구나 싶어져서 조금은 놀라웠다. 갓난아기일때 장염으로 한번, 유치원때 공중부양(...)후 한번, 초등학교 저학년때 또다른 공중부양후 한번, 초등학교 고학년때 위경련으로 한번, 중학교때 샤워중 슬라이딩후 한번, 고등학교때, 즉 현재 곪은 손가락으로 한번. 이 약 삼년에 한번꼴인 방문이 계속된다면, 난 대학교때 한번 대학원때도 한번 그리고 80세까지 산다는 가정하에 그 후 적어도 자그마치 15번 이상! 아, 싫어요 싫어요. 멋진 ER의 닥터로서 매일 출근하는건 괜찮아요(웃음) 아무튼간에 기억하는 바로는 태어난 순간부터 손톱을 깨물어서 여태까지 추정 7.2m 의 손톱을 깨물었고 요번에 혹독하게 그 대가를 치뤘다. 살짝 부어오르며 가볍게 곪는건 으레 있는일이니, 아 귀찮게 되었군.. 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왠걸. 어느새 손가락은 벌거죽죽한 둘리소세지로 변해버렸고 하늘이 두쪽나도 잠은 잘 수 있다는걸 자부심으로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욱신거리며 형용할수없는 고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햇던 것이다. 아, 통통하고도 우람한 손가락이여. 그대는 정녕 고통이도다. 결국 이 손가락을 하고 정상적인 삶을 사는것은 불가능하다. 라는 사고하에 동네 웍인 클리닉에 갔더니 응급실에 가란다-_-; 난또 혹시 파상풍에 걸린건지, 그 독소가 퍼져서 심장까지 가면 정말로 죽는다는 소리가 기억나 내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비장하게 맞을까 고민을 하려는데 이거 너무 아파서 고민이고 자시고 작두로 손가락을 내려치고 싶을 뿐인것이다. 아니, 손가락이 아프면 얼마나 아플 수 있겠냐고 생각했었는데, 단순히 말해서 아파. 정말 아파. 고통도 삶의 일부라는 평소의 개똥철학을 뒤로하고 대기실 구석에서 눈물콧물 질질짜며 오열. 마음의 날씨는 토네이도인데 바깥은 너무나도 화창해서 배신감을 느낄정도였다. 결국은 마취를 하고 누워있는데 일단 고통이 가시자, 전날 못잔것이 밀려와서인지 몽롱한 상태에서 수술은 완료되었다. 상처를 홀깃 보는데, 전체적으로 당장이라도 터질것 같은 음울한 붉은색의 퉁퉁한 손가락에 푸르딩딩한 고름, 안에 고여 굳어버린 거무스름한 죽은피, 올리브색으로 변색되버린 피부위에 흐르는 피의 색이 다른것들에 비해 너무 정상적으로 보여 실소가 터져나오는것이 아닌가. 퉁퉁 부었기때문에 여며지지 않는 메스자국은 말그대로 처참. (아빠말로는 메스가 잘 안들어서인지 메스로 구멍을 내놓고 가위를 쑤셔박아 쭈욱 찢었단다. 조금 더 엘레강스하게 부탁해요, 닥터.) 아니, 좀 조금만 째지 왜 사람 손가락을 해부해놓은거야...OTL 아무튼간에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거진 12시간이 지난 지금도 마취는 풀리지 않아서 타이프 치는데도 무리는 없다. 내일 아침이 심히 두렵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얼마나 응급실이 갈곳이 못되는지 다시끔 기억시켜준 경험이라 여기기로 했다. 오늘의 교훈은, 손톱 물어뜯지 마! 그렇지만,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두 손가락이 방법당함-┏ 손가락에다가 청산가리를 발라놓던지 해야지, 이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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