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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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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6일
부모님이 동생을 맡기고 어디론가 가버렸었어요. 뭐라도 먹여야 할듯 싶어서 집을 뒤지는데 라면밖에 없어서 밖에 나가서 사먹기로 하고 동생에게 의견을 물어봤지요. 말랑: 저녁 뭐 먹고싶어? 동생: 버거킹. 말랑: 에이, 누나가 사주는건데 좀 더 맛있는거 먹자. 동생: 스테이크. ...아, 이것은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당신만 있으면 충분해' 라고 말하는 여자친구가 기특해서 그거말고 진짜로 가지고 싶은거 말하라고 하니까 '장폴고티에 수트랑 어울리는 케이트 스페이드 구두정도...?'란 대답이 돌아온 기분. 여아일언중천금. 눈 딱 감고 스테이크집에 갔어요. KEG는 한국으로 치면 아웃백 정도 수준의 대중적인 중저가 스테이크 하우스에요. 연인들의 데이트라던지, 가족외식이라던지, 직장동료들끼리 저녁을 먹으러 온다던지 그게 아니라면 대낮에는 좀 특별하고 든든하게 먹고싶은 직장인들이 자주 오는곳이랄까. 청년층이 패밀리레스토랑 같은곳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라 아가씨들끼리 몰려와서 셀카질 하면서 먹는건 본적이 없어요. 사진 몇장 찍어왔어요 :) ![]() 고기에 굶주린 동생이에요. 이제 기럭지도 좀 길어지고 무거워져서 안고다니면 30초 안에 근육들이 끊어질것 같은 중력의 힘이 느껴진달까. ![]() 모든 스테이크 하우스들이 그렇듯 옆쪽은 바 형식의 펍이 있는데 레스토랑 쪽하고는 잘 나뉘어 있어서 취객들하고 마주할 상황은 일어나지 않아요. ![]() 동생이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 아이들을 위해서 색연필과 게임을 할 수 있는 종이를 줘요. 저것때문에 파산이 나야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음식 기다리는동안 녀석이 쥐죽은듯이 조용한건 참 좋더군요*-_-* ![]() 동생이 시킨 콜라. ...자그마치 다이어트 펩시. (왜 다이어트를 시킨건지는 절대로 의문.) 리필 가능해요 :) 잔이 비었다 싶으면 알아서 해주거든요. ![]() 모든 요리들 전에 나오는 빵이에요 >w< 옆에 있는건 거의 크림수준으로까지 휘저어진듯한 허니버터. 아마 미리 만들어진걸 따끈하게 데워 오는거겠지만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찰지게 쫀득쫀득해서 맛있어요. 그치만 많이 먹으면 배부르니 조심! ![]() 한입샷♡ ![]() 동생이 역시나 우겨서 시킨 시저 샐러드에요. 자기는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샐러드를 먹어야겠다고 압박해서 기왕 멋진 누나인척 고기 먹여주는거 야채도 먹이기로 했죠 뭐. 드레싱은 그냥 맛과 향만 느껴지는 정도로 넣어먹는게 취향인데 보통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샐러드들은 소스에 무쳐서 나오다싶이해서 전 별로 안좋아해요. 그래도 파마산 치즈가 아낌없이 올라가 있던건 원츄. ![]() 전 필레미뇽을 시켰어요. 고기 옆구리에 칭칭 두른건 베이컨. 뒤에는 갈릭 매시드포테이토와 (..중간중간 보이는건 껍질이에요. 뭔가 마초한걸요.) 구운 토마토, 그리고 뒤에 있는 소스는 버터 녹인데다가 노른자와 통후추를 넣은것 같은 그런 맛이었어요. 오레가노와 바질의 향이 은은하게 나서 맛있었어요. 굽다가 졸았는지 윗부분을 좀 태워먹긴 했더군요. 전에 구운 토마토 먹고 요단강 건널뻔할만큼 크게 체한적 있어서 그건 건드리지도 않았답니다 ^_T 참 요리를 멋없게 올려놨지만 실제로는 양이 대단히 많아요. ![]() 어린이용 키즈밀을 원할줄 알았더니만 자기도 큰 고기 먹겠다고 해서 동생은 베이직한 설로인을 시켜줬어요. 이건 뭐 양념도 강하게 되있지 않고 그러다보니 그저 고기맛(...) 뒤에는 베이크드 포테이토와 데친 야채모듬인데 생각보다 야채모듬이 맛이 괜찮았었어서 놀랐어요. 데친 정도도 딱 적당했고 무엇보다 고유의 맛이 죽지 않게 간간하게 양념을 한것도 그렇고. 야채를 싫어하는 저로서는 고유의 맛이 살아있단건 야채맛이 난다는 것이라서 안 먹었지만 동생이 잘 먹더군요 :D 촛점이 고기님에게서 달아났다는건 논외로 합시다. ![]() ...한두점 먹더니만 자기는 기어코 키즈밀을 먹어야겠다고 우셔서 치킨 스트립세트를 주문했답니다 . 위에 샐러리랑 당근이 있길래 아이에게 부모가 야채를 먹으라고 강요할 실마리를 제공하는 새디스트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하며 경악하고 있었는데 동생이 저걸 아그작아그작 뜯어먹는걸 보고 다시한번 경악. 한번에 많이 먹으면 위가 아파서 자제하고 있는데 설로인과 필레마뇽 접시 두개를 제 앞에 두니 막막해지더이다 O<-< 맨날 음식점 가면 아빠가 제가 남긴걸 드시면서, 꼭 1.5인분을 먹을 수 있는 대식가를 만나라고 당부하셨는데 아무래도 그래야 할까봐요. ![]() 스테이크에 이것들이 딸려왔어요. 허니버터, 사워크림, 베이컨비츠와 파 썰어둔거에요. 취향에 따라 토핑해서 먹으라는 의미겠지만 진정한 괴기매니아는 저런 잡것들로 고기의 훌륭한 맛을 망칠 수 없는 법이죠. ![]() 설로인의 단면. 저건 동생 먹으라고 미디엄웰 정도로 구운거고 제껀 조금 덜 구웠는데 제 고기의 속살을 보고 동생이 절 야만인 쳐다보듯이 보더이다 ㅠㅠ<- 오늘의 에피소드! 전 혼신을 다해 열심히 해치웠는데 1/4 정도밖에 못끝내서 좌절했어요. 처음에 먹은 빵과 샐러드의 탓이에요 엉엉엉. 아이들은 정말로 밥먹는 배랑 디저트 먹는 배가 따로있는지 아이스크림을 시켜달라고 하길래 시켜주고서 전 옆으로 구르지도 못하고 숨만 몰아쉬고 있는데 갑자기 웨이트레스가 와인 한잔을 가져다 줍니다. 와인은 주문한적 없다고 말하니까 저쪽분이 사는거래요. ...이게 왠 영화스토리냐 하고 빛의 속도로 제너러스한 '저쪽분'을 쳐다보니 왠 아저씨 둘이서 다정하게 식사를 하시다가 저와 눈이 마주치고는 윙크를 해주십니다. 브래드 피트는 물론 아니고 그렇다고 탐 행크스도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우디 앨런이랄까.....그런 느낌. 분명히 동생만 디저트 시켜주고 (...도저히 더 먹을수가 없어서) 멀뚱하게 앉아있는 절 보고서 이런 상상을 한게 아닐까 싶어요. 그 있잖아요. 아이들에게 짜장면 시켜주고 당신은 단무지만 집어먹는 애달픈 어머니의 이야기. 가난한 영 마마가 아이에게 고기를 먹이고서 자신의 디저트까지 시킬 돈이 없어 숫가락만 빠는걸로 보였을지도 몰라요. 말랑: 아들아, 많이먹어라. 준우: 엄마는 아이스크림 안먹나요? 말랑: 마미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아. 대신 피클을 아그작 씹어먹는걸 좋아한단다. ...그리고 30년후 성공한 아들이 엄마를 스테이크집에 데려갔는데 엄마가 게눈 감추듯이 아이스크림을 퍼먹었어서 아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는 스토리. 세상은 아름다워. 열심히살아★ 란 메세지로 듣고 감사히 받았어요. 아무튼 알콜류는 좋아하지 않지만 예의상 한모금 마셨는데, @(*&)(*& 쓰다쓰다써 누군가 그랬는데 비싼 와인일수록 맛이 깊고 그윽하데요(=쓰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건 한잔에 강남 아파트 한채는 되야겠더군요. 다행히 동생이 아이스크림이 곤죽이 될때까지 천천히 저으면서 먹고 있었어서 아저씨들이 먼저 일어나셔 억지로 다 마실 필요는 없었어요. 그리고 운명의 계산서. @(*&)(*&많다많다많어 예상은 했지만 좀 쓰렸습니다 ^_T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게다가 메인코스는 세접시나 시켰으니 할말이야 없지만요. 세금도 15%도 붙히고 하고 팁도 15% 주고나니 득도를 한듯한 차분한 마음이 되어서 밖으로 나왔답니다. 츕파츕스 3333개 내지는 핫도그 50개 내지는 게임소프트 3개(잘하면 네개<-) 내지는 판클 5개월어치였구나 하고 머릿속에서 자동환산이 되려는걸 휘휘 저어버리고 동생을 꼭 껴안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맛있게 먹었으면 된거죠 뭐 :)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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