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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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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1월 11일
어제 아빠와의 데이트에 이어서 오늘은 동생과의 데이트를 하게 되었어요.
두 남자를 돌려가며 외출하다니, 저도 은근히 능력이 있군요(...) 함께 본 영화의 이름은 Happy Feet으로 한국에서도 해피피트 라는 이름으로 12월 21일날 개봉했어요. 막상 제목이 귀에 딱 박혀오지 않더라도 '펭귄이 무더기로 나와서 흔들어대는 영화' 라고 하면 아하! 하고 감이 오실거에요. 동생이 조금 크고나니 부모님이 은근히 우리 둘만 냅두고 외출하는 일이 잦아져서 동생과 어디 다녀오는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멀리 가게 될 때는 뭘 입혀야할지 뭘 준비해야 할지 언제나 조금 허둥거려요. 오늘도 밖이 추우니까 무장시킨답시고 모자랑 목도리까지는 잘 싸매줬는데 글쎄 장갑을 깜빡 잊어버려서 준우가 손이 춥다고 오돌오돌 떠는거 보니까 죄의식이 폭포처럼 밀려오더이다T_T (그래도 정신없게 나오느라 반팔위에 얇은 코트만 입은 저보다는 중무장이였죠-3-) ![]() 어렸을땐 손잡는걸 그렇게나 질색하더니만, 이젠 손 안잡고 다녀도 넘어지거나 잃어버릴 염려도 없는데 자기가 먼저 꼭 잡고 안 놓으니 기특할 나름. 저는 겨울이 되면 유난히 혈색이 안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스스로는 별 자각 없이 살다가 오늘 맞잡은 손을 보니 발그스레한 복숭아빛인 따끈따끈한 동생의 손과 퍼런 정맥이 푸르딩딩하고 차가운 제 손이 비교되서 순간 흠칫 했어요. 다 마음이 따뜻하다는 증거입니다, 아멘. 물론 근거는 없습니다 :D ![]() 지하철 안이에요. 저 매우 아줌마틱한 지갑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말이에요, 제가 가르치던 학생의 어머니께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셨던 지갑이에요. 불투명한 상자 안에 들어있었는데 겉에 토미 힐피거라고 써있어서 오, 좀 무리하게 힘좀 주셨군! 하고 감탄했으나 내용물을 보고 각혈. 저에게 처참하게 버림받은 지갑을 동생이 고이 거두어서 저렇게 애지중지 들고 다니는걸 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OTL 귀여운 캐릭터 지갑 찾아보자고 해도 저게 좋다고 막무가내이니, 이것 참. ![]() 머리눌렸다고 기어코 모자를 벗지 않겠다고 땡깡 부리더니 (...머리 눌린것도 신경 쓸줄 알고 다컸구나 이녀석 ㅠㅠ) 결국 덥다고 벗었는데 진짜로 눌렸더군요(...) 좀 상영시간에 촉박하게 도착해서 동생을 좌석에 앉혀놓고 제가 스낵을 사올까 했었는데 스낵없이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팅겨서 결국 영화 초반 2분 정도를 놓쳤었어요. 재밌는건 말이죠, 왜 도대체 지갑과 고이고이 모셔두던 비상금을 왜 가지고 나왔나 했더니만 'I'll buy the popcorn' 이라며 지갑에서 20불을 쓱 하고 꺼내는 거에요. 전혀 생각한적 없던 전개라 당황했었지만 너무 흐뭇해 보여서 그냥 냅뒀지요 :) 알바가 동생의 씀씀이가 갸륵했던지 시키지도 않은 음료수까지 서비스 해줘서 매우 풍성하게 영화를 관람했어요. 자아, 여기까지가 길고 길었던 서론이고 영화이야기도 좀 덧붙히도록 할게요. ![]()
펭귄 멈블(성우: 일라이저 우드)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탭댄싱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특별한 펭귄이지만 지독한 음치. 오직 노래로만 구혼이 이루어 지는 그곳의 펭귄 사회에서 따돌림 당하고 배척당한다. 제대로 노래를 부를 수 없어 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또래 펭귄들중 디바로 칭송받는 글로리아 (성우: 브리트니 머피)에게도 선뜻 접근하지도 못하며 겉도는데 그 와중에 '외계인' 이라고 불리우는 존재들이 자신들의 삶에 관여하고 있다는걸 알게 된다. 그 '외계인'은 다름이 아닌 인간으로서 펭귄들과 극지대의 동물들의 삶터를 오염시키고 무리하게 생선을 잡아들이고 있던 것이다. 식량인 생선들의 양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삶의 위협을 느낀 펭귄들은 우왕자왕 하고 족장인 노아 (성우: 휴고 위빙)은 흔들린 위엄을 세우고자 그것이 모두 전통을 따르지 않고 멈블처럼 경박하게 춤을추는 행위가 부정을 타게 한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멈블은 마을을 떠날것을 요구받는데... 이것이 DVD 뒷면에 나올법한 스토리라인이고 굳이 영화평을 하자면 말이죠, 딱 예상하고 간걸 볼 수 있는 영화였어요. 반전이라고 말할 만큼의 큰 스토리의 꼬임도 없었고 클라이맥스가 정확히 어디였지? 하고 반문해야 할 정도로 전반적으로 평탄하게 진행되는건 물론이거와 미심쩍은 부분도 없이 깔끔하게 끝나는것도 그렇고요. 그렇지만 원래 패밀리 영화가 언제라도 부담없이 보기 편한것은 짜고치는 고스톱에선 잃을게 없기때문이기도 하지요 :)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펭귄들의 대 서사시'를 기대하시고 간 분들이라면 조금 허탈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서시겠지만 그저 기대도 안하고 동생이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본 것인데 동생이 굉장히 재밌어해서 전 만족했어요. 그래픽도 워낙 훌륭해서 흡입력도 강하답니다. ...아니, 베타적인 마음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펭귄들이 단체로 엉덩이를 씰룩씰룩 하는데 웃음이 안 나오는 사람은 없을테니 그런면에서는 잘 만든 영화에요. 아래 있는 링크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예정이니 '난 앞으로 이거 볼 일 절대 없어' 라고 생각 하시는 분 아니면 열어보지 마세요. 결국 생선의 급격한 감소는 우라질 인간들의 탓이라는걸 확신한 멈블은 그들과 접촉하게 위해서 여정을 떠나다가 멀리멀리 떠내려가 어느 나라의 (..아마 미국.) 해변가에 표류하게 되고 동물원으로 우송된다. 거기서 뇌비우고 주는 물고기나 받아먹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멈블이 어느날 집에서 배고프게 굶주리고 있을 가족들을 떠올리고 괴로워 하던 도중 우연히 인간들에게 자신의 천부적인 탭댄싱을 선보이게 되고 멈블은 곧 세계적인 센세이션이 되어 추적기를 등에 부착하고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온다. '우리 종족을 외계인들에게 팔아먹다니' 라며 분노하는 족장의 절규를 뒤로하고 멈블은 모두함께 탭댄싱을 하여서 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자신들의 메세지를 전하자고 설득한다. 멈블의 위치를 추적한 인간들은 수천마리의 펭귄이 탭댄싱을 하는 장면을 찍어 전세계에 방송하고 펭귄들의 생태가 큰 이슈가 되어 그 주변에서는 어선을 띄울 수 없게 되어 펭귄들은 다시끔 배터지게 생선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한때 찌질하던 히어로 멈블은 진정한 트루러브 글로리아와 아기펭귄을 씀뿡씀뿡 낳고 행복하게 잘 산다. 1. 소외받던 숨겨진 히어로의 화려한 컴백. 2. 용감한 자는 결국 미녀를 얻는다. 3. 부모와의 갈등은 결국 칼로 물베기. 4. 인간들의 실태를 고발. 이 네가지 단골요소가 적절히 짬뽕되어서 뻔하지만 그럴싸해요. 사실 전 내용이나 그래픽보다 보이스 캐스팅에 전율 해버렸지요. 아까 말한대로 일라이저 우드, 브리트니 머피는 그렇다고 쳐도 로빈 윌리엄스, 휴 잭맨, 니콜 키드먼,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휴고 위빙. (휴고 위빙이 누구냐면 메트릭스 시리즈의 스미스 요원이자 반지의 제왕에서는 엘프 족장이였지요, 흠흠.) 화려해요 화려해요. 다 좋아하는 목소리의 소유자들 뿐이잖아요 훌쩍. 제작비만큼 캐스팅비가 들었겠어요. 비쥬얼보다 사운드를 중시하는 저로서는 내내 비트가 강하고 뮤지컬성이 강한 음악이 시종일관 나오고 싱크로율 100%의 목소리들을 듣는것만으로 황홀했어요 ㅠㅠ 만세만세 만만세. 사실 처음에 말이죠 귀여운 아가 펭귄들이 잔뜩 나오길래 아무리 내용이 뭣같아도 용서 해줄 수 있을것 같다고 느꼈는데 곧 필요이상으로 리얼한 성인 펭귄들만 판을 치더군요. ![]() 이러다가. ![]() 은근히 배신감 느껴져요. ![]()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의 감초는 아델리 펭귄 5인방! 자칫하면 식상할 수도 있는 '수다쟁이 라틴계 친구들'이란 요소인데도 아주 끝내주게 산만한데다가 행동 하나하나가 재밌었어요. (사실 전 이 '라틴계 조연'을 상당히 좋아해서 슈렉2에서도 안토니오 반데라스 목소리의 장화신은 고양이가 너무너무 유쾌했어요.) 수천마리의 펭귄의 탭댄싱을 거대하게 느껴보고 싶은게 아니라면 굳이 영화관에서 볼 필요성은 없는 그런 느낌이였어요. 전 좀 더 패러디와 블랙개그가 짙은 영화를 기대했었지만 아무래도 그런건 동생하고 같이 보기가 좀 그랬겠지요. 아쉬움이 없다고 할수는 없지만 이래저래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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