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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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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1월 21일
좋아하는 것들로 자신을 둘러싸기 에요.
요즘 며칠간 스스로 생각해도 제 상태가 좋지 못했었어요. 막 조금 위태위태한 감정이라서 조그마한 자극이라도 찾아온다면 분명히 펑- 하고서 터져버릴것 같아 몸을 사리고 있는 그런 모습이었거든요. 하소연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나 지금 기분 안좋아' 오오라를 빠바바방 품김으로서 이미 충분히 민폐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주위 사람들도 민감하게 만들어 버린것 같아서 딱히 끙끙 거리기도 꺼림칙했고요 O<-< 근데 오늘 저녁에 저 혼자 집에 있는데 잠깐 물이라도 마시러 나가려고 방문 밖으로 나섰더니 갑자기 3층에서 알람시계가 울리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뭔가 쿠당탕 소리가 나는거에요. 별로 혼자 있거나 깜깜한걸 무서워 하는건 아닌데 정말 깜짝 놀랬고 동시에 등골이 으슬으슬해 지더군요. 아마 그때 제 방문이 스스로 끼익 하고 닫히기라도 했으면 아마 차라리 기절해버리겠다는 심정으로 혀깨물었을지도 몰라요. 올라가볼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올라갔는데 알람시계를 끄고 나올때 무언가가 제 발목을 휙 스치면서 지나간거에요. 순식간에 30년은 늙어버릴 정도로 소스라치게 놀랐었는데, 아침에 동생이 현관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던걸 발견하고 제가 닫은적이 있었는데 그때 추위를 피해서 다람쥐나 청설모가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마. 아무튼 너무 놀라서 요단강 건널뻔 했어요. 가족들도 돌아오고 따뜻한 물에 샤워도 했고 아까처럼 심장이 쿵덕쿵덕 뛰는것도 아닌데 막 갑자기 배게라도 물어뜯으면서 엉엉 울고 싶은 심정이 되버렸어요. 되도록이면 정상적인 범주에서 스트레스를 풀어보고자 부랴부랴 내려가서 우유를 조그마한 소스팬에다가 따끈하게 뎁히고 마침 있던 호도과자랑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요. 제가 단팥 들어간 밀가루 음식을 얼마나 광적으로 좋아하는지 ㅠㅠ) 삶은고구마를 들고 올라왔어요. 집은 따뜻해서 추운지 모르겠는데 체온이 자꾸만 내려가 손발은 거의 냉동고에 방치된 닭다리마냥 땡땡 얼어있길래 거대한 곰발바닥모양 슬리퍼를 신고 보들보들한 나이트가운까지 껴입고서 가져온 간식을 야금야금 먹으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었답니다. '하늘을 나는 교실' 이라고 독일의 아동문학 작가 에리히 캐스트너가 쓴 책인데(...넴. 아동문학 작가는 아동문학을 쓰지요 ㅠㅠ 이거 아동문학 맞아요.) 어떻게 보면 초딩들이 초딩짓 하는 그런 이야기지만 다섯살때 처음 읽고는 그때부터 제일 좋아하는 책들중에 하나로 남아있는 그런 책이에요. 그러고는 폴 오스터의 Moon Palace - 한국에서는 달의 궁전이라고 번역되어 출판 되었을거에요 :D - 을 읽다가 갑자기 뜬금없게, 공통점이라고는 '달' 이라는 키워드 뿐인건데 Moon River 가 듣고 싶어져서 막 후다닥 찾아서 틀어놓고는 막 갑자기 마음이 노곤노곤 녹아오는 것 처럼 편안해져서 느긋하게 그 시간을 즐겼답니다. 몽환적인 눈빛으로 머리에 흰 수건(...)을 뱀또아리 처럼 틀어올려 놓고는 기타를 퉁기면서 나직하게 노래하던 오드리 헵번을 생각한다면 울적하던게 풀리지 않을 사람은 아마 드물지 않을까요. ▶Moon River - Audrey Hepburn 볼이 벌게져 올 정도로 따끈따끈하게 몸을 감싸고서 핫밀크를 홀짝거리며 좋아하는 책을 읽다보니 애초에 내가 왜 그렇게 안절부절한 상태에 빠졌던건지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아서 웃음이 나와요. 행복해지는건 이렇게나 쉬운 일인데 왜 자꾸만 어렵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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