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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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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1월 23일
연속으로 음악관련 포스팅이 되는군요!
카데고리를 하나 더 만들까 했다만 쓸데없이 카데고리만 늘어가는것 같아서 보류하기로 했어요. 의욕만 넘치는건 민망합니다T_T 보바언니의 관련포스팅을 본건 상당히 오래 전 일인데 언젠간 써야지- 하고서 구상만 오지게 오래 하고서 막상 쓰는건 이렇게 한참 후가 되었어요. (마우스를 들이대시면 링크가 있어요!) 언제나 영감을 주는 포스팅쟁이 보바님 땡큐베리마치 :) 알랍츄에요. 오늘의 곡은 바로 Mo' Better Blues. 고등학교 시절, 예술관련 고등학교를 다녔었고 저도 첼로를 했었기 때문에 이래저래 결혼식에서 연주할 기회가 몇번 있었어요. 주말 서너시간 할애 한것 치고는 시간당 수입이 5-6만원 가까이 되는 매우 새콤달콤 짭짜름한 용돈벌이라 일거리가 들어오면 눈에 불을켰던 기억이 나는군요*-_-* 그런데 어느날 학교에서 같이 음악수업을 듣는 동급생 하나가 절 불러 세우는거에요. 그리곤 '우리 엄마가 재혼하는데 연주 좀 부탁할 수 있을까?' 라고 물어봤어요. 재혼이 결코 쉬쉬 하면서 숨길만한 나쁜것이 아니고 오히려 새로운 출발이란 의미에서 축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서도 저렇게 활짝 웃으면서 발랄하게 부탁하니 순간 화들짝 놀라기는 했답니다. 한국 정서상 학교친구에게 부모의 재혼을 알리거나 한 술 더 떠서 결혼식에 연주자로 참여해달라고 듣는건 아무래도 조금 드물잖아요. 여긴 한국이 아니지만서도 O<-< 그리하여 조금 알딸딸한 기분으로 2주 후 주말, 하늘이 새파랗고 구름 한점 없었으나 바람이 눈물나게 부는 날 저는 조심조심한 걸음으로 그 친구네 집으로 향했습니다. 뒷뜰이 넓고 잘 가꾸어져 있어서 뒷뜰에서 결혼식으로 올리기로 하였다고 미리 듣기는 했었는데, 결코 사치스럽거나 호화스러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정말 정성이 가득하다는 느낌이 순도 100% 액기스처럼 찐득하게 묻어나는 데코레이션으로 꾸며져 있었어요. 하얀 벨벳 카펫 (...그 시상식 카페트의 화이트버젼이랄까요. 보기에는 폭신폭신해 보여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군요, 쳇.)가 정원 한가운데를 가로질러가고 그 끝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아치가 세워져 있었는데 아이비와 장미넝쿨이 틈새없이 휘감겨 있었어요. 카펫을 중심으로 양쪽에는 하객들을 위한 의자들이 쪼르르 놓여있었는데 의자마다 하얀 리넨 커버를 씌워놓고 넓적한 새틴 리본과 백합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뒤쪽에는 언제라도 하객들이 드링크를 들고 있을 수 있도록 야외 미니바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안토니오 반데라스처럼 생긴, 그리고 그 두배 이상으로 니길니길 느끼하신 바텐더가 쉴새없이 쉐이크쉐이크 붐붐 하시며 마술처럼 예쁜 색의 칵테일을 만들고 계셨어요. 사실 이정도 디테일은 어느정도 신경쓴 결혼식에서는 다 있는거지만 직접 기획하고 준비 하셨다고 하니 세세한것들도 새삼 너무 예쁘게 느껴지는거 있죠 ㅠㅠ<- 결혼식은 무사히 잘 진행되었고 딸이 -그러니까 저에게 연주를 부탁한 아가씨- 들러리를 섰는데 엄마의 결혼식에서 드레스자락을 고르게 펴준다던지 그 옆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서있는 모습, 그리고 주례사가 이 두 남녀가 부부가 됨을 선포 하였을때 다정하게 키스하는 엄마와 새아빠에게 열렬하게 환호해주는 모습이 굉장히 묘하면서도 아름다웠어요. 오직 순수하게 엄마와 가족의 행복을 바란다는 행복의 빔을 마구마구 쏘고 있었거든요. 어떻게 그렇게 사심 없는 깨끗한 마음일 수 있을까 존경이 생길 정도로. ...Mo' better blues 얘기 언제 나오나 싶으신 분들. 금방 나와요. 원래 삼천포 마스터랍니다T_T 결혼식 도중에 약간, 그리고 피로연을 할때 연주를 내내 했지만 어둑어둑해져 파티 분위기로 넘어갈때쯤엔 저도 악기를 놓고 같이 이야기 하고 먹고 마시며 놀았어요. 처음으로 어린이용 무알콜 샴페인이 아니라 진짜 거품이 퐁퐁 올라오는 샴페인을 마셔본 기념비적인 순간이기도 했군요 ㅠㅠ<- 달지만 동시에 역시나 써서 한입만 먹어보고 스탑했지요(...) 그래도 왠지 가느다란 샴페인 잔을 들고 있는건 굉장히 쿨하고 어른스러운것 같은 기분에 끝까지 마시지도 않은 샴페인을 들고 있던 기억이 나요 으하하. 적당히 풀어진 분위기와 느긋함이 감돌고 있을 바로 그때, 어디선가 나직한 트럼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조용했지만 떠들던 하객들이 거의 동시에 조용해질 정도로 농축된 소리였어요. 뒤돌아보니 어느새 그때까지만 해도 데킬라에 쩔어있던 저희학교 관악전공 학생들이 악기를 꺼내서 연주를 하고 있더군요. 저에게 연주를 부탁한 친구도 음악전공 하는 애라 -게다가 트럼펫 :)- 저 아이들과 매우 친하기도 했지만 쟤네들이야 말로 정말로 실력가였거든요. 막 다운타운의 재즈클럽에도 연주하러 갈때도 있고 그중에는 오스카 시상식에 초청받아서 연주를 하러 간 애도 있고 연주는 물론 거의 전문적으로 작곡을 하고 있던 애도 있고요. 그 몽환적인 순간에 사로잡혀서 입을 헤 벌리고 감상하고 있을때 누가 등을 톡톡 쳐서 뒤 돌아보니 안토니오 반데라스닮은 바텐더가 부탁한적 없는 드링크를 내밀었어요. 그 자리에서 제가 제일 어렸고 또 칵테일같은것 마실줄 몰라서 아무것도 안 마시고 있는게 안쓰러웠는지 보통은 칵테일에 조금씩 넣는 주스들로만 믹스를 만들어서 트로피칼 주스를 만들어 주셨는데 분위기와 기분탓이었는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트로피컬 주스였어요 :D 아까전에 '무슨 칵테일을 좋아해?' 라는 질문에 '칵테일은 안 좋고 위에 꼽아주는 과일은 좋아해요.' 라고 대답했던것까지 기억하셨는지 컵 테두리에 딸기를 일곱개나 꼽아주셔서 하나씩 뽑아먹으며 연주를 감상했지요. 그때, 감동어린 눈망울로 딸과 그녀의 친구들을 바라보던 신부가 구두를 내던지고 테이블 위로 올라갔어요. 그리고는 조금은 점잖은 타입의 신랑에게 손을 내밀었답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서 맨발로 노래에 맞춰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그 광경이 너무 특별해 보여서, 이런 행복한 장면 내 인생에서 몇번 못볼거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굉장해서 아직도 그 모든걸 기억하고 있어요. 절제된 기교로 흘러가는 멜로디와 심드렁하지만 탄탄하게 에워싸는 베이스. 여름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 가늘게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사이로 들려오는 Mo' Better Blues는 정말 환상적이었거든요. 트럼펫 솔로를 하던 딸이 장난스럽게 물어봤어요. "Mom. Are you having fun?" 그러자 조금은 쑥쓰럽게 사랑하는 남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춤을 추던 엄마가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하셨답니다. "Yes, my sweetheart. I'm having the time of my life." 결혼식은 참 여러군데 가봤고 정말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주렁주렁 메달리고 캐나다에서 내노라 하는 유명인사들이 참석한 초상류층의 결혼식에도 얼떨결에 가본 적이 있지만 (이것에 대해서도 나중에 포스팅 할게요 O<-<) 저에게 있어 제일 환상적인 결혼식은 역시 이 결혼식이었어요. 막 생각하면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은 그런 감동을 받았거든요. 앗, 참고로 이 곡은 동명의 영화의 삽입곡이랍니다. 재즈에 대해 그닥 아는게 없는 저도 알 정도로 유명한 곡이죠 :) 사실 덴젤 워싱턴하고 웨슬리 스나이퍼가 평소에 자주 하는 내던지고 깨부시는 역활이 아닌 재즈 연주자로 나왔다는게 매우 의외였지만 즐겁게 봤던 영화에요. 미묘하게 핑거링과 타이밍이 (...아니 노골적으로) 틀리기도 하지만 분위기만은 절대적으로 재즈킹이니 그냥 넘어갑시다T_T 벌써 4년정도 된 일이니 기억 한편에 고이 묻어두고 있었는데 새삼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해주신 보바언니에게 삼삼한 감사의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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