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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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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1월 27일
캐나다 겨울 추위란 정말 엄청난 살상능력을 가지고 있는것 같아요. 고작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것 뿐이었는데 핏줄까지 꽁꽁 얼어버릴 것 같은 그 냉기란 무시무시해요. 집에 들어오니 얼었던게 풀리면서 막 따끔따끔 하다가 기어코 몽롱해져서 쌀푸대처럼 철푸덕 쓰러져 잠에 들어버렸습니다. 새벽에 편도선이 너무 붓고 머리가 띵해서 감기약이라도 먹을까 일어났더니 며칠째 방전된채로 방치되어있는 핸드폰이 눈에 띄어 충전기에 꼽고 아래층에 내려갔다 왔더니 문자가 와있다고 불이 깜빡깜빡 하고 있었어요. 문자들 중에 누가 보냈는지 모를 문자가 두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어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오늘 받은거더군요. 어제껀, '5 It's about the time' ( 5 이제 시작할때가 됬어 ) 라고 적혀있길래 잘못온건가 했는데 오늘껄 보니, '4 It's just gonna be you and me' ( 4 너랑 나 단 둘뿐일거야. ) 뭔가 순간 움찔 해서 누가 보냈는지 봤더니 아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도저히 어디서 보낸건지 추측도 할 수 없는 괴상망측한 번호가 찍혀있어요. 그래서 정확히 언제 보낸거지 하고서 받은 시각을 확인해봤더니 두 문자 모두 정각 자정에 수신한 문자인거에요. ....갑자기 눈사태처럼 공포가 밀려왔어요. 후다닥 문자를 지우고 핸드폰을 꺼서 멀리 던져놓고 차분하게 도로 자려고 하는데 머리속에서 온갖 망상들이 꿈틀꿈틀 돗자리를 피는거에요. 겁이 많은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한번 무서운게 생각나면 잘 떨쳐내지 못해 어릴때도 두려워 하고 있는걸 떠올리게 되면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질 정도로 겁에 질리곤 했었는데 딱 바로 그 상태가 되버렸었어요. 엄마아빠가 직장에 가셔서 혼자 집에 있을때 갑자기 인디아나 존스에서 원숭이 두개골을 파먹던 장면이 생각난다던지 집 어딘가 컴컴한데 괴물이 숨어있어서 내가 움직이면 내 존재를 알아챌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거나 하면 엄마아빠가 돌아올때까지 세시간이고 다섯시간이고 그 자리에 붙박혀 움직이지도 제대로 숨도 못쉬고 기다리곤 했었거든요. 이 문자 자체는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았었어요. 잘못 왔을테고 누가 저에게 보냈다고 해도 장난질일테인데다가 촌스럽게 D-Day까지 앞에 써두는 센스라니 으하하 하고서 웃어 넘길 수 있는 그런 정도의 깜찍함까지 곁들였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이 문자들이 되도록 머리속에 꾹꾹 눌러 담아두려고 했던 공포의 씨앗들을 하나하나 건들고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여태까지 보았던 수없는 B급 호러영화들, 피뭍은 전기톱, 여고괴담에서 벽을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핏물, 깜깜한 우물 안, 갑자기 울리는 전화, 저절로 닫히는 문, 살과 내장을 파먹는 고대 이집트의 벌레, 가위에 눌려 움직일 수 없을때 눈 앞에 보이던 하얀 발목, 산체로 포르말린에 절여졌던 시체, 그리고 입술에 피가 맺히도록 아팠던 골수채취. 제가 살면서 보고 경험했고 그리하여 두려워했던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나씩 떠올라 막 이 자리를 박차고 안전한 어디론가 가고싶은데 이 자리를 떠날 용기가 차마 나지 않아 어물어물 침대위에 앉아있다가 컴퓨터라도 켜서 메신저라도 하면 나아질까 생각했는데 순간 TV를 박차고 꿈틀대던 사다코가 모니터라고 해서 못 나올건 없다고 여겨져서 기각. 더듬더듬 겨우 손을 뻗어서 침대 옆 전화기를 집어들어 번호를 꾹꾹 누르다가 그냥 내려놨어요. 괜히 분명히 자고 있을 사람 깨우면 미안할것 같아서. 어른이 된다는건 너무 불공평 해요 O<-< 너무 많은걸 생각해야 하고 언제나 앞뒤를 따져야 하고 하고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져요. 그렇다고 해서 어렸을때보다 더 나은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게 제일 분해요. 수면제를 먹고 억지로 잠을 청했는데도 자는것도 깬것도 아닌 붕 뜬 가수면 상태로 유쾌하지 못한 꿈들을 꾸다 일어났어요. 물 한모금 넘어가지 못할만큼 목이 아프고 식은땀으로 전신이 축축할지언정 너무 지쳐서 밤새 절 괴롭혔던 그 정체모를 공포가 떠나고 없다는데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요. 괜히 연못에 돌던져서 잘 살던 개구리 맞춰 죽이는건 단언코 악질이에요. 고의로 보낸거라면 이 사람 식중독에 걸렸다가 소화불량으로 고생하고 탈장을 겪은후 만성치질까지 걸릴거에요T_T 그만큼 나빠요. 앞으로 며칠간 더 핸드폰 꺼둘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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