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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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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7월 14일
일주일에 한번쯤은 수화기를 들었을때 상대측에서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 전화가 오곤 한다. 곰곰히 생각해본결과 무작위로 만들어낸 전화번호들을 기계로 전화한후 "여보세요" -물론 여기서는 헬로우, 왓츠업, 모시모시등 바리에이션이 있다- 란 소리, 즉 보이스 엑티베이션으로 실존하는 전화번호임을 확인 한후 텔레마케팅의 용도로 쓰이는게 아닐까 싶다. 이것은 곰곰히 생각해보기보다는, 저런 전화가 오고나서는 꼭 장거리 전화플랜이라던지 쓸데없는걸 물어보는 텔레마케터가 꼭 있기때문. 그런데 언제서부터인지 그 빈도가 일주일에 세번정도로 늘기 시작했다. 근데 문제는, 반대편에 사람이 있어. 내가 몇번이나 여보세요를 외치는동안 간간히 들리는 차분하고 고른 숨소리. 말그래도 정적인 기계전화와는 미묘하게 다른 그 느낌에 끊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몇초쯤 망설이다가 수화기를 내려놓곤 한다. 가끔씩 전화를 거는것 말고는 별다른 일은 하지 않기때문에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도 않고 걱정되지도 않지만 역시 찜찜하달까. 게다가 비슷한 시간대에 전화하니깐, 언제서부터인지 아- 또 그 전화다 라고 추측할 수 있는 육감까지 진화하게 되었다. 수신자번호가 찍히는 전화기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공중전화거나 추적 불가능한 선을 사용해서 전화하기때문에 -아니, 보통 가정집에서는 그런것 힘들지 않나? 나 혹시 FBI의 감시아래 놓인건가OTL- 정확한 정보도 모르고 있다. 그래서 결국은 이 써금써금한 마음을 달래고자 나름대로의 휴먼스토리 감동 시나리오를 만들었는데, 이를 적어보자면 이렇다. 호안 안드레스, 37세. 부푼꿈을 안고 25살때 스페인에서 빨간보따리 두개만 달랑들고 캐나다로 이민, 사랑스러운 여인 조안나 페르난디오를 만나 1남1녀를 두게 된다. 뼈가 농익어 엑기스가 흘러나올때까지 일하던 호안은 어느날 천치벽력같은 일을 겪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눈에 쑤셔박아도 하나 아프지 않을것 같았던 딸, 마리 안드레스의 죽음. 유난히 어리광이 심하고 엄살이 심하던 딸이 배가 아프다고 호소했을때 호안은 으레 있는 억지엄살이라고 생각하며 딸의 찡그린 얼굴을 무심히 지나쳤었다. 그러나 그날밤 마리는 바닥을 뒹굴다가 까무러쳐버렸고 그제서야 놀란 호안은 마리를 들쳐매고 병원으로 향했다. 딸의 병명은 급성맹장염이었지만 단순한 수술로 나아질 수 있는 병을 키운탓에 벌써 맹장은 터져버리고 말았었고 복막염으로 발전된 상태였다. 어린 마리는 며칠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었고 딸의 죽음이 남편의 잘못이라고 굳게 믿은 조안나는 아들을 데리고 비통해하는 호안을 뒤로한채 조국 페루로 돌아가고 만다. 그날부터 호안은 매일처럼 담배와 술에 쩔어사는 무절제한 생활을 하기 시작했었는데 그러기를 몇년, 자신의 몸이 옛날과는 다르다는걸 절실히 느끼게 된다. 따끔따끔해오는 목때문에 의사를 찾은 호안은 자신이 후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해겨울, 수술을 받게된다. 호안은 그로인해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후두와 성대의 일부를 제거한 탓에 벙어리가 된다. 목소리를 잃은 호안은 그때부터 집안에 틀어박혀 정부에서 나오는 빈민보조요금으로 간신히 집세를내고 끼니를 때우는 삶을 연명하기 시작하는데 엉치뼈까지 스믈스믈 기어들어오는 외로움만은 어떻게 할 수 없던것이다. 그때부터 호안은 전화통앞에 앉아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비록 같은 말을 몇번 번복하다 짜증을 내며 수화기를 집어던지는 사람들로 일색이더라도 그에게 있어서 전화기 저편의 세계는 그가 놓친, 그가 다시는 발붙힐 수 없는 낙원이었다. ...이라는 시나리오. 호안씨가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손에 넣었느냐는 잘 모르겠지만 그거야 뭐, 실수로 잘못건 전화였는데 내 목소리가 조안나의 목소리와 비슷하다던지 전화벨이 일곱번째쯤 울릴때 받는 그 이유없는 느긋함이 마음에 들었었다던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지도. 아무튼간에 아직도 정체불명의 사람은 여전히 전화를 하고 나는 번번히 그 전화를 받곤 하지만 아무래도 호안씨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상냥할 수 있을지도. 미안해요, 호안씨. 다음부터는 나 스페니쉬로 "올라-" 라고 인사할게요. 나 그것밖에 못해요OTL 숫자도 셀줄 알지만 솔직히 10 이상으로는 못세요. 혹시라도 내가 페루에 가게 되어서 조안나를 보게된다면 당신이 그녀와 미하엘을 무척이나 보고싶어한다고 전해줄게요. ....가 아니라, 전화하지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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