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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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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6월 10일
전 콩으로 만든 요리나 음료를 좋아해서 콩자반부터 콩비지, 두유까지 다 잘 먹어요. 그 콩비린내 라고 하는 것까지 좋아하니 말 다했죠(...) 아무튼 그래서 전 나름대로 제가 그 맛을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무이가 마트에서 콩국수용으로 간 콩국을 사오셨을때 예이★ 하고서 혼자 마루에서 빙글빙글 여름에는역시콩국수댄스를 추었지요. 그런데 며칠 계속 밖에 나가서 밥 먹을일이 생기고 급기야 아예 집을 이틀정도 비웠다가 돌아오게 되서 완전소중 콩국님은 냉장고 안에서 쓸쓸히 독수공방을 하셨어야 했어요. 돌아온 즉시 배가 고프길래 냉장고를 열었고 VIVA★ 콩국이 보인다! 그리하여 두유처럼 마시려고 컵에 담아서 독일 아저씨가 맥주를 마시듯 화끈함을 담아서 잔을 치켜들었는데... ![]() 시잖아... 우와, 혀가 떨어져 나갈것 같이 시큼했어요. 두유라기보다 허연 뇌처럼 생겼던 어떤 이상한 버섯이 우유를 부어두면 밤새 만들어내는 요플레도 아니고 식초도 아닌 그 액체(건강에 좋다고는 하는데 맛과 향은 독극물이에요ㅠㅠ) 수준이었다고요. 인간이 마실게 아니야. 전 진심으로 트라우마에 빠져서 허우적 거렸어요. 이게 내가 사랑하던 콩의 실체인가. 난 거기에 섞은 설탕, 소금, 간장, 갖은 양념, 그리고 MGS 때문에 내가 이걸 좋아한다고 믿고 있던게 아닐까. 어느새 저는 철학가가 되었습니다. 콩이란 무엇인가, 그 본연의 맛이 무엇이지?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지만 답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소금과 깨를 잔뜩 올린 콩국수의 맛, 양념간장을 올린 콩비지국의 맛, 바닐라향이 첨가되있는 두유의 맛은 기억나지만 그 자체의 맛은 절대 기억이 나지 않는것이에요. 세상이 날 속였어 라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아 오르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제가 무언가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음을 알아채신건지 못하신건지 엄마가 '이게 뭐야?' 라면서 콩국을 한모금 마시셨어요. 제가 말릴 수도 없을만큼 재빠른 손길로. "이거, 상했네." ...what? 역시 그랬군요. 콩을 향한 제 사랑은 진실된 것이었어요. 랑콤 화장품을 바르던, 시셰이도를 바르던, 반영구 화장을 하던 그 안은 사랑하는 내 여자인거고 아르마니 수트를 입던, 츄리닝에 삼디다스를 신어도 그 안은 연모하는 내 남자인거랑 다를 것 없는 그런거에요. 무슨 형태를 하고 있어도 역시 좋은건 좋은거야. 아까워라 진작 먹을걸 이라고 하시는 엄마의 목소리를 귓등으로 흘리며 냉장고 한켠에 종이팩에 담겨 차곡히 쌓여있는 두유를 하나 꺼내 쪽쪽 빨아 먹었어요. 맛있네요. 최고로 좋아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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