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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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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6월 29일
오늘 정말로 어마어마한 일이 있었어요. 김말랑의 굴욕 시리즈 제 3편이자 부디 완결편이 되길 바라는 바입니다(...) 이번 사건의 포스가 얼마나 지글지글 불타오르던지 1편이던 계란의 추억과 2편인 빙판주의보의 아스트랄함을 합해도 모자라요. 새끼 손톱만큼 쬐끔 과장하자면 제작비 1000만불짜리 헐리우드 블럭버스터급. 그 일은 이렇게 시작했었지요. 일을 하다가 필요한것이 생겨서 가게 뒤쪽 창고에 있는 냉장고로 갔습니다. 유제품들과 냉장보관 해야 하는 제품들이 몽땅 들어가있는 대형 냉장고인데, 일반 가정에서 쓰는 냉장고 두세배 정도 크기의 업소용이지요. 무사히 찾던것을 꺼내서 돌아서려는데 끄트머리에 간당간당하게 올려져 있던 무언가가 밀려 떨어졌는지 쿵 소리가 들렸어요. 넓고 깊은 냉장고라 누군가가 치우지 않으면 분명히 구석탱이에서 썩을때까지 방치될게 분명해서(...그렇게 되면 냉장고에 있는걸 다 빼고 대청소를 해야합니다 ㅇ<-<) 냉장고 속으로 몸을 깊숙히 넣어서 찾기 시작했어요. 가까스로 손이 닿았다가 오히려 더 깊숙히 밀려 들어가버려 순간 성질이 났고 그래 니가 어디까지 숨나 보자. 란 심정으로 아예 냉장고 속으로 몸을 쪼그려 들어간 순간이었어요. 텅. 제 뒤에서 냉장고 문이 묵직한 소리를 내면서 닫혔습니다. 칠흙같은 어둠에 순간 겁먹어 팔을 뻗어 냉장고 문을 안쪽에서 밀어봤지만 문짝은 미동도 하지 않더군요. 그러자 패닉상태가 되버려서 냉장고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우유곽과 제품들의 모서리에 긁히는것도 개의치 않고 난동을 부리듯 문을 마구 두드리고 밀자 재앙이 닥쳐왔어요. 쌓여있던 물건들이 와르르 무너진거에요 ㅇ<-< 막 위와 옆에서 떨어지는 제품들 속에서 바둥거리다가 이성을 되찾고 보니까 제 몸이 거의 파묻혀있어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었고 앞뒤좌우조차 구별할 수 없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 몸을 뒤틀어봤자 더 엉망이 될 뿐이니까 천천히 빠져나가보자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말이 쉽지 대형냉장고라고 해도 제가 들어가 있던 맨 아랫칸은 몸을 수그리고 들어가야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여서 발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더군요. 냉장고속 팬이 웅웅 거리면서 크게 울리고, 냉장보관 되있던 차갑디 차가운 우유팩 들과 냉장제품들이 맨살에 닿아서 얼얼하다 못해 따가워 졌어요. RTE&D 스탠드가 비어있지 않으면 거의 뒤쪽 냉장고로 올 일이 없는데 제가 아까 RTE&E 스탠드를 꾹꾹 다 채워놨다는게 순간 떠올라 공포가 몰려오기 시작 했습니다. 다음날을 위해 의무적으로 RTE&E 스탠드를 채울 시간까지는 대략 8시간 정도 남았을텐데 그때까지 갇혀있을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시나리오 까지 둥실둥실 떠올랐고요. 그러나 쥐구멍에도 볕들 날은 있는거지요. 앞치마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어 놨었다는게 문득 기억났습니다. 원래는 일할때 전화받으면 안되니까 가방에 넣어두는데 꼭 받아야 할 전화가 있어서 가지고 있었거든요. 옴싹달짝 할수도 없고 그럴 자리도 없는 공간이었지만 쇠사슬이 숭숭 감긴 보물상자에서 탈출하는 마술사의 심정으로 팔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어 간신히 핸드폰을 꺼냈습니다. 팔이 있는대로 긁히는게 느껴졌지만 그런걸 신경쓸 처지가 아니었지요. 그리하여 저는 가게 뒷편 냉장고에서 가게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같이 일하고 있던 러시아인 에디가 전화를 받더군요. 갑자기 사람 목소리를 듣자 알수없는 이유로 눈물이 아주 콸콸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저의 절실한 도움요청은 이렇게 진행 되었습니다. 에디: 스타벅스 영&애본데일 입니다. 말랑: 엉엉엉T_T 에디, 나 꺼내줘. 에디: 왓? 지금 어디야? 일하다 말고 어디갔어. 말랑: 나 창고야 흐엉엉엉 (코도 한번 훌쩍 팽) 문이 닫혀서 갇혀있어 ㅠㅠ 에디: ...지금 갈게. 온다고는 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을 잡지는 못한듯 싶더군요. 그리하여 저는 기다렸습니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왜 안오는거야. 한 30년쯤처럼 느껴지는 3분을 기다리고서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에디: 스타벅스 영&애본데일 입니다. 말랑: 에디이이이이이이이이이 TAT 에디: 너 진짜 어디야? 창고에 없던데? 님 장난해? 말랑: 냉장고 안이야, 우어어어엉. 에디: ...아.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해야지. 말랑: 도대체 어딜 열어본거야! 에디: 식기세척기. ![]() 말랑: ...어째서 식기세척기 인건데. 에디: 러시아에서는 마피아를 피할때 식기세척기에 숨어. ![]() 참고로 이 에디라는 친구가 해주는 러시아 이야기를 듣다보면 러시아는 중국보다 더 아스트랄한 국가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개과천선 했지만 이 녀석, 과거가 조금, 아니 매우 화려했는지 러시아에 살 적에는 난생 처음 본 사람하고 진짜로 러시안 룰렛을 하질 않나 무시무시해요. 민소매 옷을 입고 올때마다 보이는 칼빵으로 의심되는 흉터들도 있어요(...) 얼또당치도 않은 소리를 '러시아에서는 그래. 그렇다면 그런거야.' 라고 억지 부리곤 하는데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해서 진짜 그런건가 하고 열번쯤 고민 하게 만드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리하여 통화를 마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냉장고 문이 펑 소리를 내며 활짝 열리고 물건들이 앞으로 와르르 쏟아졌어요. 동시에 에디의 양 팔이 불쑥 나타나더니 여전히 절 에워싸고 있는 것들을 쑥쑥 치워줬어요. 몸이 추위에 곱아버려서 관절들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에디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냉장고 밖으로 기어나왔더니 그때까지 사무실에 있던 점장님도 와 계셨고 에디나 점장님이 들어올때 창고문을 활짝 열어놨는지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까지 모두 카운터 너머에서 구경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표정은 딱 이랬습니다. ![]() 괜찮냐고는 물어보지만 웃음을 꾹 참고 있는 목소리로 물어보면은 도대체 저는 어찌 대답해야 합니까 ㅠㅠ<- 만약 제 손에 세계폭파를 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다면 주저않고 눌렀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만큼 커다란 굴욕이었어요. 본업은 스타벅스 지점장이지만 부업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에 살고 영화에 죽는 점장님은 제가 냉장고에서 탈출하는 순간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하셨습니다. '사다코보다 더 무서웠어.' ...링입니까. ('이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어서 아는사람에게 먹이지 않으면 1주일 후 냉장고에서 말랑이 나와서 처참한 죽음을 선사할 것이다.' 라면 그럴싸 할지도 :D) 그러자 뭐든지 지고는 못사는 에디가 냉장고를 탁 열었을때 물건들 위로 핸드폰을 들고있는 팔 하나와 모가지만 내놓고 있는제 모습을 이렇게 비유하였습니다. '식스센스에서 나오는 냉장고 귀신 같았어.' ![]() 살다살다 별 일 다 겪을 수 있다는걸 새삼 깨닳은 하루였어요. 따끈한 물을 욕조 가득 받아놓고 물만두처럼 둥둥 몸을 담구고 있었더니 지금은 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삭신이 쑤시네요 ㅇ<-< 전 어릴적부터 푹푹찌는 더운날이면 '냉장고 안에 들어가 있고 싶다.' 라고 버릇처럼 말했지만 이제는 돈 준대도 안들어가요(...) 여러분 모두 자나깨나 냉장고 조심합시다. 아마 지금쯤 퍼질만큼 다 퍼져서 직원들중 오늘일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것 같으니 한동안 좀 괴로울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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