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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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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7월 08일
라따뚜이 보러갔던 날 친구와 함께 시간 때울 겸 영화관이 자리잡고 있는 쇼핑몰 안을 발발 돌아다녔었어요. 그곳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역시 디즈니샵. 준우를 핑계로 꼭 지나갈때마다 바득바득 우겨서 들어가곤 했는데, 이제는 준우마저 괘씸하게도 '이거 시시해.' 라는 시큼한 반응이어서 저 혼자 구경하러 들어갈때가 잦아졌어요. 근데 은근히 제 또래나 저보다 세월과 동고동락한 분들도 많이 오시는 분위기(...) ![]() 한국에서야 흔하겠지만 여기서는 골수까지 마이너한 카카오 99%를 - 그것도 일본제품을 - 수입할 회사가 아무래도 적나봅니다. 친구가 눈에서 번쩍이는 광채를 뿜으면서 주길래 한조각 먹어봤는데 확실히 뭔가 범상치 않은 맛이기는 하더군요 ㅇ<-< 그래도 말이죠, 크레파스도, 석탄도 먹어본 적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인생루트를 살아왔지만 그것들에 비교될 만큼 최저의 맛은 아니구나 싶어서 아주 약간 안도감과 서운함을 동시에 느꼈달까요. 어쩌면 안압이 높아질 정도의 괴식을 기대했을지도 :( 초콜렛 포장지 뒤로 보이는 것들이 오밀조밀한 오브제들. 안에 자잘한 반짝종이들이 들어있는 작은 버젼들은 스노우돔 이라고 불리는건 아는데 저건 정확히 뭐라고 부르는지*-_-* 참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서 종류별로 모아두고 싶지만 비싸기도 하고 장식용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닐테니 매번 눈독만 들여요. 참고로 무지막지하게 무거워서 던지면 절대적으로 살인무기에요. 친구네 집에 있던게 제 발등에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뼈가 바스러지다 못해 대략 삼천칠백조각쯤 나는줄 알았어요T_T ![]() 주력영화가 개봉할때마다 테마가 미묘하게 바뀌는데 지금 디즈니샵은 두 얼굴마담 뱃사나이들이 떠받히고 있습니다. 완소남 캡틴 잭 스패로우의 사진을 들고 쿠션에 프린트 해달라고 쭈뼛쭈뼛 내미는 오덕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주고자 한 배려일지도! ![]() 요번 시즌의 트렌드는 닥치고 캡튼스피릿! ...라고 하기엔 좀 후줄근하죠. 보니까 사이즈가 어른용 밖에 없던데 설마 진짜 입고다니라는 건가 싶어서 등골에 식은땀 한줄기가 쓱. ![]() 자제하려고 하는데 장소가 장소이고 저 모자가 너무 멋져서 차마 써보지 않고는 60년 후에 차마 눈감고 관뚜껑 못 덮겠더이다. 친구가 '이거 좋다★' 라면서 소품까지 들려줬는데 이 사진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뒤에서 쩌렁쩌렁하게 물건을 팔고있는 열혈직원 이군요. 호객행위는 물론 물건을 권하는 것도 드문 이 캐나다 땅에서 박자 맞춰 상품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걸로 유추하되 영어강사나 해볼까 하고 가본 한국땅에서 우여곡절 끝에 남대문으로 흘러가고 그곳에서 3년쯤 장사의 액기스를 배운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저거 제 머리카락이 아니라 모자에 붙어있는 가발이에요. 아무리 요즘 제 머리가 푸석푸석 하다고 해도 아직 폴리에스테르 섬유다발 수준까지는 아니거든요. 믿어주셈요 아흐으으윽ㅠㅠㅠㅠㅠ 원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뒷통수를 치며 등장하는 법이지요. 이정도 구경했으면 되려나 하고서 나가려던 참에 복병을 만났어요. ![]() 라따뚜이 컵 4종세트! ![]() 오셨다! 제가 컵 매니아인건 에베레스트산 꼭대기의 깃발들도 압니다. 영화의 실사이미지를 박아놨다면 아쉬운 끈적한 눈빛만으로 끝낼 수 있을텐데 저렇게 동화 삽화처럼 그려놓다니 절대적으로 반칙이에요. 이미 집에 제 전용컵이 열개도 넘는데 더 늘리는것은 안된다고 말하는 양심의 육가원칙을 경청하며 역시 함께 뽐뿌받은 친구가 사서 두개씩 나누자고 할때 저는 청아한 마음으로 '잠깐만 생각해 볼게.' 라고 말할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디즈니샵 밖으로 나와서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지요. 현금인출기 앞으로. ![]() 돈은 어디다가 써야 하는 물건인가요! ![]() 머그컵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작지만 손잡이가 참 잡기 편하고 군더더기 없어서 보기만 해도 흐뭇함이 넘실넘실 밀려왔어요. 친구랑 두개씩 나누기로 했는데, 저는 사실 마음속에 폭풍의 시련을 겪고 있었답니다. 처음 볼때부터 마음에 들던 두개를 점찍어 뒀지만 제가 낼름 골라버리면 천하의 못된것이 되지 않겠나요. 게다가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라 이 친구가 마음에 들어가는걸 먼저 고르게 해주고 싶더군요. 진심으로. 근데 막상 고르고 나니까 결국 제가 가지고 싶던 것들이 저에게 왔네요(...) 하단에 있는 두개요 :D 사실 제가 친구에게 '아무거나 마음에 드는걸로 먼저 골라! 난 넷다 좋으니까 뭘 가져도 상관없어!' 라고 말했어도 막 나 저거 가지고 싶어 라는 오오라를 뭉게뭉게 품었던게 아닐까 하고서 신경쓰여요, 끙. 쓰여있는 문구들이 참 귀여워요. C'est La Vie 이게 바로 인생이야. Bon Appetit! 맛있게 드십쇼! Le Petit Chef 쪼맨한 요리사 Délicieux! 존내 맛있다! 정말 호호아줌마가 되고 언젠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도 디즈니샵에 들어가 구경할 수 있는 용기를 언제까지나 가지고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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