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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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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7월 10일
제가 다른데에는 영 재주가 없는데 두서없이 글 줄줄 내려적는건 아주 도가 터서 요번 글도 끝내주게 깁니다. 그래도 한없이 너그러운 대인배의 마음씨를 가지셨기 때문에 끝까지 읽을 각오를 하신 분이라면 커피 한잔을 뽑아서 느긋하게 읽는걸 살짝 추천해 드려요. 쥐도새도 모르게 1000원을 훌쩍 넘어버린 편의점 컵커피도 괜찮고 전국민 추억의 음료 삼각커피우유도 훌륭합니다. 왜냐면 커피에 대한 글이니까요 :D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주목을 받음과 함께 바리스타란 직종이 꽤나 관심을 끌고 있는 듯 싶습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 열풍이 불 당시 파티셰가 인기를 끌었던 것과 마찬가지로요 :) 바리스타란 이태리어로 '바 안에 있는 사람' 이란 뜻이며 보통 커피를, 특히 에스프레소가 들어가는 커피를 전문으로 다루는 직업을 칭합니다. 커피타는 사람이라고 하면 왠지 짙은 입술화장을 하고 설탕둘 프림둘 휘휘 저어주는 다방아가씨의 이미지가 떠오를 수도 있지만 바리스타는 원두를 압축해서 뽑아내는 에스프레소를 주로 취급한달까요.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는 원두들의 특성들을 이해하고, 원두의 로스팅과 그라인딩은 물론이거니와, 원두의 액기스를 추출해내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메케니즘까지도 통달해서 가장 맛있는 에스프레소 드링크를 만들어 내는것이 임무입니다. (물론 다방아가씨들을 폄하 하자는건 결코 아니에요. 잘 탄 다방커피 한잔 에스프레소 열잔 부럽지 않소!) 일터 내에서 제 위치는 바리스타 입니다. 세계적으로 에스프레소 음료의 대중화의 선두주자 였다는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는 사실 게임으로 따지자면 노비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초보자옷을 입고 나무막대기를 든 대신 조금 촌스러운 초록색 에이프론을 두르고 거대한 스테인리스 스푼을 들고 있다는 점 정도가 다를까요. 이미 각 기계와 시설들은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서 디자인 되어 있으므로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손가락이 달려있고(사실 발가락으로 해도 손님만 개의치 않는다면 별 상관은 없어요.) 정해져 있는 레시피만 기억할 수 있다면 아주 센스없는 사람만 아니고야 금방 익숙해져요. 숀 팬과 지금은 무섭게 커버린 다코다 패닝이 열연해 아주 눈물콧물을 쏘옥 빼놓았던 영화 아이앰샘 에서도 고작 일곱살 정도의 지능밖에 가지지 못한 숀 팬이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었지요. ![]() - 결론: 스타벅스에서는 산낙지도 바리스타가 될 수 있다★ 물론 회사에서는 나름대로 직원들을 교육시키고자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게 간질간질하게 느껴집니다. 온갖 커피를 사약처럼 진하게 뽑아서 커피테스팅이라는 명목하에 직원들이 둥글게 모여서서 킁킁대며 향을 맡기도 하고 '잘못뽑은 커피가 얼마나 뷁같은지 직접 느껴봐라' 라는 의미에서 양 조절을 잘못한 실패작들을 억지로 마시게 만들기까지 해요. 그리고 직원들 중에서도 커피매니아들이 많아서 유쾌한 저희 점장님만 해도 블라인드 테스팅을 시키면 원산지를 매우 높은 확률로 맞출정도로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많고요. 근데 그건 그 괴인들의 경우이고 저는 좀 다르죠(...) 질문1: 커피콩은 어떻게 볶습니까? 말랑: 열심히 잘 볶습니다. 질문2: 에스프레소 머신의 원리는 어떻게 됩니까? 말랑: 기계 메뉴얼을 찾아보세요. 질문3: 훌륭하게 뽑은 에스프레소와 그렇지 않은 에스프레소의 차이점은? 말랑: 둘다 매우 씁니다. 무식하다고 자랑하는거 아닙니다(...) 그러나 위와 장이 상태가 매우 저급해서 에스프레소 음료를 마시면 당장 시큼한 위액이 꿀럭꿀럭 역류하는 저로서는 모르고 싶은 금단의 영역. ...게다가 저런거 몰라도 시급은 똑같아. 그러나 일하게 된 날들이 길어지면서, 에스프레소 버튼을 누르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하루에도 수십리터씩 젖소님에게서 동의없이 갈취해온 우유를 따끈하게 뎁히면서 점점 더 에스프레소 음료들과 그것들을 다루는 원두의 연금술사인 바리스타라는 위치에 대한 관심이 몽글몽글 자라났어요. 커피음료는 기호성식품의 성질이 강합니다. 매우 특이한 경우 빼고는 커피 안 마신다고 죽는 사람은 없거든요. 그런만큼 단순히 배 채울 음식 이상의 감정적인 요소를 가질때가 많아요. 출근하기 전에 아침식사겸 기합을 넣기위해 라떼 한잔, 비가 추적추적 오니까 왠지 쓸쓸해서 각별히 진하게 아메리카노를, 첫 데이트때 조금은 귀엽지만 여성스럽게 보이고 싶기도 해서 녹차 카푸치노 홀짝홀짝. 하는 일마다 나사 한두개 빠진것 처럼 진행되서 머리 끝까지 분노가 부글거릴때 휘핑크림이 산더미처럼 얹혀있고 혀끝이 마비될것 마냥 달달한 화이트모카가 목구멍으로 쭈욱 넘어 감으로서 얻는 마음의 위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믿어요 :D 말랑님이 가라사대일단 먹고 후환은 나중에 걱정하리라. 그리하면 뱃살이 늘고 인격이 두둑해 성인군자가 되니라. 곰발바닥 같은 굼뜬 제 손으로 누군가의 일상의 한순간을 반짝 하고 빛내줄 수 있다는건 거의 마약같은 기쁨입니다. 원래는 그저 음식가지고 장난치는게 재밌어서 좋아했어요. 아낌없이 휘핑크림을 부욱 뿜어내고 초콜렛 시럽을 바닥에 질질 흘려도 혼내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워낙 이런걸 좋아해서 워매 재밌는거 라고 생각하며 아주 신나게 휘적휘적 난장판을 만들었지요. '손님이 기뻐하니까' 라는 마음가짐보다 단순히 제 나름대로의 예술품을 만든다는 얼토당치도 않은 망상에 빠져 각이 잡힌 크림을 만들겠다던지 기계로 뿌린것 같이 가지런하게 카라멜을 뿌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서 간혹 카달로그에 나올것만 같은 형상의 완성품을 만들게 되면 백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이 마스터피스를 손님에게 넘겨야 한다는게 서러워서 목구멍이 바짝 타들어 가기도 했었고요. 꺼이꺼이T_T 근데 신기하게도 손님이 더 잘 아시더군요. 동기가 불순하더라도 정성이 들어간 음료를 말이에요. 눈에 핏발을 세우고 가니쉬한 작품을 눈하나 깜짝 않고 휘휘 저어버리는 (...사실 이게 정상이겠죠) 야속한 손님들도 많지만 갑자기 눈에 생기가 돌면서 너무 예쁘다고 칭찬 해주시거나 이걸 어떻게 먹냐고 진심으로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심경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단순히 모양만 예쁜것보다 맛까지 좋은걸 만들어 보고 싶다는 약간은 갸륵한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달까요.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며 김말랑마저 힙합을 추게 하거든요*-_-* 기계가 가장 양질의 에스프레소를 뽑아낼 수 있다는 시간대를 기억해 틈이 날때마다 테스팅을 하며 에스프레소 머신을 조절했고, 곱고 밀도 있지만 무겁지 않은 우유거품을 내는 방법을 터득하고자 손가락이 데여 너덜해질 때까지 우유를 뎁혔습니다. 귀찮더라도 라떼를 만들때는 우유가 바닥으로 가라앉도록 뎁힌 후 포트를 툭툭 치는걸 잊지 않았고 뽑은 후 10초가량 지나면 에스프레소의 맛이 심하게 변질됨으로 언제나 갓 뽑은것만 사용하도록 주의하고요. 솔직히 이런 노력들이 음료의 품질에 변화를 가져왔는지 확신은 없어요. 95%쯤은 자기만족일뿐,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는 돌팔이 바리스타가 제대로 하면 얼마나 한다고 하는 회의도 들고요. 누누히 말하지만 그다지 손재주도 센스도 뛰어나지 못하거든요 :( 그렇지만 왠 난쟁이똥자루 하나가 좁은 에스프레소 바 안을 뛰댕기며 무더운 날씨에 김이 팔팔 오르는 기계앞을 지키고, 눈에 핏발을 세우면서 음료를 다듬는걸 보면 보통의 손님들은 즐거워 하셔요. 자주 오셔서 안면이 트인 경우에는 제가 다른일을 하고 있을때도 일부러 부르시사 니가 만들어준게 제일 좋아. 요번에도 좀 부탁해. 라고 하시거나 농담인지 진담인지 본사에다가 저 바리스타 급료좀 올려주라고 편지를 넣었다고 말씀해주시는(요번달 월급을 보니 농담이거나 본사에서 처절하게 무시한게 분명합니다 O<-<) 손님이 계시기에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찬찬히 공부해볼까 합니다. 단순히 책에 적혀있는 레시피대로가 아니라 마시는 사람의 취향과 그날의 기분을 고려해서'바로 이거다' 싶은, 그래서 커피가 한모금씩 넘어갈때마다 마음속에 행복함이 한조각씩 쌓일 수 있는 그런 마법을 부리고 싶어요. 직업으로 삼고 싶은건 아닐지라도 제가 아끼는 주위사람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갈고 닦을 수 있다면, 그래서 그 사람들이 어딜 가서 어떠한 에스프레소 음료를 마신다고 하더라도 '있잖아, 이것도 괜찮은데 내가 아는 말랑이란 녀석이 만들어 주는것도 나 되게 좋아한다?' 라고 해준다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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