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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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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7월 15일
![]() 식욕을 묘하게 저하시키는 저 각잡힌 핫핑크 의자들은 그렇다고 ![]() 갑자기 사진이 희뿌옇다 못해 몽환적이 되버린 이유는... 카메라를 라면 속에 빠뜨렸어!
![]() 제일 먼저 눈에 띄는건 역시 저 양념장이죠 :) 카메라 상태가 나빴긴 했다지만 화밸이 안맞은게 아니라 실제로 저렇게 된장색의 진득한 페이스트 였어요. 언뜻 보자니 다진 고기와 잘게 썬 고추가 보였답니다. 전에 먹었던 기본적인 아지센라면과 구성은 같되, 그릇 위 1/3 정도가 양념장으로 덮혀 있습니다. 보이는건 빙산의 일각이에요 라고 하면 약간 뻥이고, 국물속에 잠겨있고 가라앉은 양까지 따지고보면 정말 양념장 하나는 푸짐하게 올려줬습니다. 그래. 200 이라면 이정도는 되야지. 라는 생각과 함께 이게 얼마나 매울지 참을 수 없을만큼 궁금해 졌어요. 제 안에 잠자고 있는 마조의 혼이 용트림을 하며 꿈틀꿈틀. ![]() 1. 사먹었다는 인증샷을 찍었으므로 양념장을 덜어내고 먹는다. 배째. 2. 저 라면의 모든것을 받아들이고 우주의 코스모를 느낀다. 물론 저는 2번 루트를 선택했고 용감하게 양념장을 국물속에 용해 시키기 시작했어요. 워낙 양념의 비율이 컸다보니 다 녹이고 보니 국물이 쫄아든것 마냥 쑥 내려가 있더군요 엉엉. 그리고 한 젓가락 크게 집어서 국물과 함께 입에 넣었습니다. 먹을만 해요. 확실히 맵기는 맵지만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혹독하게 단련해온 성과가 있었는지 못먹을 정도는 아니더군요. 억지로 맵게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이정도의 화끈함은 한국에서 조금 맵다는 떡볶이집이나 짬뽕집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정도. 사천요리집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매운요리를 찾을 수 있을 법 합니다. 고추기름이 베이스여서 사천풍의 맛이 나거든요. 한줄요약: 이정도로는 한국사람에겐 어림도 없어. 정신없이 먹다가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고개를 들어보니 가게 직원들이 모조리 제 근처에 모여있습니다. 각자 (이미 깨끗한) 테이블을 닦거나 신문을 뒤적거리거나 하고 있지만 절 구경하고 있는게 분명했어요. 저의 빤한 시선과 마주치자 도둑 제발 저리듯이 'No, no, no. I wasn't looking at you.(아냐아냐아냐, 나 너 보고 있던거 아니야.)' 랍니다. 전 아무말도 안했는데(...) 그러나 제가 찻잔을 비우자, 테이블에 내려놓기 무섭게 채워줍니다. 역시 보고 있었잖아! 아무튼 잘 먹고 왔습니다 :) 게이지 200도 나쁘지는 않지만 평소에 부담없이 먹으려면 게이지 100 정도로 자제하거나 매운걸 잘 못 먹는다면 50 정도가 딱 좋을듯 싶어요. 그 어떤 게이지를 선택하든 라면값은 똑같은데 25 먹기는 왠지 아깝죠. 먹다가 입에 불이 붙어서 일주일간 중환자실에 누워 생사의 길을 오갔다는 드라마틱 라이프스토리를 기대하셨다면 좀 죄송스러워요 :( 제가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신 모든 지구인들, 힘을 줘서 땡큐 베리머치★ 다음날 아침. 아놔 ㅠㅠㅠㅠㅠㅠㅠ 입에서 들어갈때는 참을만 했는데 나올때는 100배 아파 으마마민아먀ㅐ며뮝너ㅏㄻ눈ㅁ어ㅏㅇㄴ 아파아파아파아파 죽을만큼 아파 파열되는것 같아 끄아아아아아아맘나ㅏㄴ 장청소를 말끔하게 한 기분으로 쫘악 탈수된 빨랫감처럼 늘어졌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물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사천식 라면을 먹고 아픈건 한국라면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는 김말랑식 민간요법을 직접 제 몸에 임상실험하는 숭고한 희생정신이 발휘되었나 봅니다. 그로부터 한시간 반 후. 우엉으으이만ㅇ러끄어어어알낭리ㅁㅇ러ㅟㅏㅓ 이것은 전쟁이다. 내 뱃속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어. 중국과 한국이 싸우고 있다. 병자호란이 재현되고 있어! 진짜 죽음의 문턱에서 유턴하고 돌아와 눈앞에 보이는 별을 세는데 마침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친한 언니가 한국에서 걸어주는 상큼한 안부전화. 말랑: ...여...여보세요..... 언니: 너 목소리가 왜 그래? 말랑: 그..그게 있잖아..(중략)..그랬..거든.. 평소에는 깍듯한 서울말씨로 옥쟁반에 은구슬 굴러가듯 말하는 그녀, 헐크모드 경상도 아가씨로 돌변하다. 언니: 니 미친나? 죽을라꼬 환장했나? 말랑: 흐엉...그게 아니라T_T... 언니: 니 그리 죽고싶으면 한국 퍼뜩 온나. 내가 아주 죽여뿐다. 말랑: (히끅) 언니: 윽시게 매운 불닭발 먹여준다 아이가. 당장 비행기 타라! 제 수명은 한국땅에 발 딛는 그날로 끝입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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