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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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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7월 24일
어제는 8시간을 일한후에 얼떨결에 맡은일을 4시간 더 해 자그마치 12시간을 엉덩이 한번 못붙혀보고 일하는 고통을 겪었었다. 마지막 4시간은 오뚜기 즉석국을 끓여 시식하는 일이었는데 - 그렇다. 어찌하여 난 맨날 깎고 뽑고 끓여서 남 공짜로 맥이는 일밖에 없다냐..;_; - 자꾸 손을 데고 사람들 반응도 영 시큼한게 정말 할맛 안나는 일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써금써금한 표정을 지으면서 불어터져 있는데, 한 무더기의 아저씨들이 마치 손에 손을 마주잡은것 같은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게 아닌가. 날 보자마자 하는 말이, "아가씨. 그거 잘 팔려요?" 였다. 눈이 달렸으면 안보이는감? 밤 10시에 국끓여서 먹으라고 내놓으면 누가 먹어? 거기다가 누가 집에서 끓여먹을 수 있는걸 저돈주고 사먹으려고 하겠어. 내가 안그래도 호기심으로 사보는 외국인이나 한국인2세나 자취생들에게 선한 사람들 등쳐먹는 기분이여서 찜찜했었는데... 등등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히는 가운데, 난 뚱하게 "안팔려요-_-"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왜 안팔리냐고 묻는게 아니겠는가. 안그래도 참고 있엇는데 이렇게 자리를 깔고 물어봐주니 위에 나열했던 내 주관적이지만, 상당히 객관적이기도 하다고 자부하는 생각들을 열심히 늘어놓았다. 그래도 상품을 파는 사람인데 이래서는 안된다는 뒤늦은 자각에 어설프게 "그래도 맛은 있어요..." (거짓말은 아님) 이라고 덧붙혔고. 그러자 그때까지 아하, 으흠, 그렇군요... 라면서 듣고 있던 아저씨들이 썩은미소를 지으면서 "아가씨가 너무 솔직하게 설명해줘서 고맙네. 내가 이거 음료수라도 사줘야 하는게 아닌가." 란다. 그제서야 이 한무더기의 아저씨들의 정체가 의심되기 시작되었다. 그 아저씨가 말을 트기 무섭게 주위에 있던 다른 아저씨들도 말문이 터졌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상품분석을 하면서 심각한 토론을 나누는 것이엇다. 한참을 그러다가 아까 말을 건 대표격 아저씨가 말하기를, "아가씨, 내가 기회가 되면 한국보내줄게요." ...뭐라하시는겨? 시방 한국이라고 했는겨? 우째서? "...미스오뚜기로." 어안이 벙벙해진 날 뒤로두고 아저씨들은 미끄러지듯 매장에서 사라져갔다. 눈만 꿈뻑꿈뻑 뜨고 있으려니깐 팀장님이 오셔서 낄낄 웃으신다. 알고보니깐 그 아저씨는 캐나다로 진출한겸 시장조사를 나온 오뚜기쪽 높은사람이었고 나머지는 갤러리아, 즉 내 직장 사장과 그 이사단. ....OTL 나 잘리는겨? 그래서 이제 미스오뚜기로서의 새 삶을 개척해야 하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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