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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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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6일
조금은 복에 겨운 이야기지만, 이번 여행은 사실 자의로 가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딸내미." "응?" "다음주랑 다다음주 전부 스케쥴 비워뒀지?" "에?" "너 미국 가잖아." ![]()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부모님들끼리 약속이 되어 있었어서 전교 모든 여학생은 물론 매점 아주머니의 하트까지 사로잡고 있는 초 인기인과 하루아침에 약혼하고 예상치 못한 동거를 하게 되버렸어! ...라는 순어거지 순정물과 비슷한 레벨의 당황스러움. 그러나 저는 초연한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떠나기 45분전에 짐을 싸기 시작하는 대인배의 행동거지까지 실천했지요. 불만이 없던것은 아니었어요. 왜 여행사 패키지 여행인건데! 오직 버스를 타고 내리는것이 일과의 87.5%쯤 되는 패키지 여행이 젊음이 용암처럼 샘솟는 저를 만족시킬 수 있을리가 없지 않습니까. 허름한 배낭을 매고 히치하이킹으로 얻어탄 트럭 뒷칸의 짚더미에서 잠을 청한다던지, 아리조나 사막에서 선인장꿀로 연명하며 태양을 향해 뜨겁게 달리겠어요! 라며 열변을 토했지만 처절하게 외면 당했습니다. 입을 삐죽이며 평균연령대가 제 나이의 2.5배쯤 되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불만으로 가득 찬 울적한 제 마음을 그 무엇도 달랠 수 있을리가.. "안녕하세요. 제가 이번 여행의 가이드입니다. 새벽처럼 일어나셔서 오시느라 시장 하시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침부터 나눠 드리겠습니다." ...물론 있지요. ![]() 팥빵! 팥빵! 팥빵이다! ![]() 아, 저는 팥이 너무 좋아요. 아마도 저는 전생에 귀신이었던게 틀림없어요. 잡귀를 쫒아낸답시고 명절마다 사람들이 뿌려대는 팥에 원한이 사무쳐서 현생에서 이렇게 눈에 핏발을 세우고 팥에 집착하는게 정말로 분명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팥으로 집을 지어서 밤낮으로 우적우적 파먹고 싶을 정도에요.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져서 맨 뒷자리에 보금자리를 틀었어요. 잘 먹여주고 잘 재워준다는데 뭐. 게다가 사람 사는데가 다 거기서 거긴데 패키지 여행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게 된 자신에게 가벼운 한심함을 느끼며 따뜻한 창문에 기대서 고롱고롱 낮잠을 청하며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후세에서는 이것을 팥빵효과, 곧 Red bean bun effect 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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