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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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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2월 01일
초등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는 유년시절을 캐나다에서 보냈던 귀국자녀. 저를 처음 만났을때만 해도 더듬더듬하게 말하고 교과서를 읽지못해 전전긍긍 하곤 했었지요. 그런 언어의 장벽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두 수다쟁이 초딩들은 뭐가 그리 할말이 많은지 매일같이 입에다가 모터를 달곤 했었는데 훗날 그 나라에 엉덩이를 붙히게 될줄 꿈에도 몰랐던 저는 캐나다 이야기를 해달라고 곧잘 조르곤 했답니다. 그 친구가 해주던 이야기는 언제나 환상적★ 공원에 놀러가서 비스켓 부스러기를 떨구면 청설모가 오그르르 달려오고, 호수에는 백조가 둥둥, 눈가가 거무스름한 너구리가족이 피크닉 테이블 위의 샌드위치를 냉큼 집어가고 오리가족들이 도로를 건너는 바람에 시도때도없이 차들이 멈춰서는 이야기를 들으며 전 캐나다는 지상낙원이 분명할거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년후... 아놔 저놈의 청설모들은 시도때도 없이 갉아대고, 새우깡을 주려고 했더니 손가락을 덥썩 물어버린 괘씸한 백조들과, 중세시대에 파헤쳐진 무덤마냥 처참하게 내다놓은 쓰레기를 헤집는 너구리, 그리고 급해죽겠는데 몇걸음 가다가 주저앉아서 깃털을 다듬는 여유까지 보이시는 무단횡단의 대가 오리가족을 경험하고는 제 반짝반짝하던 환상들은 우장창 깨지고 말았지요. 단순히 제가 동심을 잃은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그러나 확실히 아랫동네, 그러니까 쌀국에 비해서 캐나다 사람들은 순박하고 여유로워요. (그걸 가지고 많이 놀림받기도 하지만요. 우둔하고 요령도 없다고.) 물좋고 산좋은것 외엔 굳이 내세울게 없고 일년의 반이 겨울인 이곳에서 약삭빠르게 사는게 가능하기나 한건지는 논외로 하지요 ㅇ<-< 희노애락의 감정폭도 크지 않은듯한 이곳 사람들이 거의 유일하게(?) 핏발을 세우며 순식 간에 투우경기장의 스페인사람들보다 더 정열적으로 돌변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하키입니다. 월드컵 본선한번 올라간 적 없고, 지리적 가까움 덕분에 MLB에 어영부영 속해있긴 해도 매번 성적이 지지부진한 야구팀(그 여부에 관계없이 사랑은 듬뿍 받고 있지만요 :D). 한국은 쇼트트랙이라던지 양궁이라던지 그래도 나름대로 엄지를 치켜 세울 수 있는 종목이 꽤 많다는걸 감안하면 어쩜 이렇게 재주가 없을까 싶을 정도에요. 그러나 하키만은 다릅니다. 종주국급 인걸요. 그런만큼 평소에는 나무늘보 같던 캐나다인들도 하키경기가 있는 날에는 사바나의 사자 마냥 표효하는 이면을 보여줍니다. NHL 시즌 막바지에 가면 티켓가격이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을 호가하며 경기라도 이길라치면 새벽까지 큰길에서 빵빵거리며 자축 퍼레이드를 하느라 하키에 관심없는 시민들조차 밤잠을 설치게 하지요. 오죽하면 학교 선생님들 조차 가장 사랑받는 팀 Toronto Maple Leafs 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칠판에 'Go Leafs Go' 라는 응원문구를 써놓고 수업을 시작하니 할 말 다했지요. ![]() ▲Toronto Maple Leafs 의 로고 덕분에 어릴적에 하키스틱 한번 잡아보지 않은 소년들(그리고 상당수의 소녀들)이 꽤나 드뭅니다. 학교 체육시간에도 플로어 하키를 자주 하곤 하니까요. 그러나 정식으로 하키를 배우는건 조금 다른 문제에요. 우선 하우스 리그에 등록해야 하고, 은근히 부담되는 가격의 장비들도 맞춰야 하는건 물론 이거와 (게다가 아이들이 쑥쑥 크니 장비를 자주 갈아줘야 하지요.) 일주일에 몇번이고 연습과 경기를 따라다녀야 하니 왠만한 열정과 자금이 뒷받힘 되지 않으면은 쉽사리 시작하기 힘들거든요. 저희 부모님도 단순히 '캐나다에서 남자로 자란다면 하키지!' 라는 생각으로 동생에게 하키스틱을 쥐어줬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일주일에 연습 두번, 경기 두번, 그리고 개인레슨 두번까지 합해서 일주일에 아무리 못해도 링크에 여섯번은 드나들어야 하고 간혹 토너먼트라도 있으면 하루에 세번도 더 빙판에 출근해야 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거에요. 안 그래도 매너없게 추운것이 캐나다의 겨울인데 제발로 얼음창고같은 링크에 들어가서 얼기 시작하는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매점에서 파는 맹탕 커피로 손을 녹이고 그 와중에 목청이 터져라 응원을 하는 부모들을 보면 저건 하키에 미친 캐나다가 아니면 못할 짓이다 싶은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이 속해있는 주니어 리그 팀이 프로리그 경기에 초청되어서 중간 벤치타임동안 관중들 앞에서 연습경기라는 명목하게 재롱잔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고로 하키의 ㅎ도 모르는 김말랑이 난생처음 프로리그 하키경기에 가게 되는데...! 나머지는 다음 이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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