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http://1991hondaprelud..
by Victoria at 07/17 기대하면 때릴건가요/ㅅ/<.. by 로우트 at 07/08 http://1991hondaprelud.. by Francis at 07/04 http://1991hondarepair.. by Laura at 07/04 http://1991hondaprelud.. by Ann at 07/04 http://1991hondaprelud.. by Elisabeth at 07/04 http://1991hondaprrelu.. by Pip at 07/04 http://1991hondaprelud.. by Ernie at 07/04 http://honda2005civice.. by Dob at 07/02 http://honda2005clonegl2.. by Hilary at 06/30 ClustrMaps
이글루 파인더
|
2008년 02월 03일
원래는 세월아 네월아 있다가 쓸 예정이었지만 귀가 얄팍하다 못해 팔랑팔랑한 김말랑은 친절한 덧글들에 감동해 진짜로 2편을 기대들 하시는걸로 착각하고 히히 거리며 다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재밌다고 해주면 진짜로 그렇다고 착각하는 단순함이 이럴때는 좋지요u///u 혹시 안 읽으셨다면 캐나다는 하키에 살고 하키에 죽는다 1 을 살짝 훑어주세요. 열혈 하키소년으로서 매일처럼 빙판을 가르는 동생. 체구도 또래에 비해서 조금 작은편인데 도토리 쫒는 다람쥐마냥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하고 있는걸 보면 그저 신기해서 웃음이 나올 뿐이에요. ![]() 동생이 속해있는 주니어 하키리그 팀이 초청받지 않았다면 아마 전 평생 프로 하키 경기장의 문턱을 넘어봤을리가 없다고 단단히 믿고 있습니다. 아니, 사실 부모님이 '너가 아니면 누가 사진찍고 비디오를 돌리니. 게다가 티켓까지 미리 사뒀다고.' 라며 설득신공을 펼치지만 않으셨어도 전 이날 노릇하게 구워진 수수부꾸미처럼 집에서 늘어져 있었을게 분명해요. 암표값이 200만원도 넘었다던 야구 결승전 티켓을 선물 받고도 꼬리꼬리하게 썩혔던걸요. 주최측에서 각별하게 신경써서 배치 해줬다던 좌석은... ![]() 너무 가깝잖아! 이렇게나 근접하게, 게다가 골키퍼 바로 뒤에서 관전할 수 있다는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경기는 시작됬고 곧 저는 거짓말 쬐끔 보태서 할로윈 펌킨 두개를 붙혀둔만한 골키퍼의 궁둥짝에 압도당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도무지 가만히 있지를 않아서 쉴새없이 씰룩인다고... ![]()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가와 비누를 줍기도 다반사. 무엇보다 긴장을 조금만 놓을라치면 하키공, 그러니까 퍽이 총알처럼 날아와 벽이나 창문을 후려치고 갑니다. 원래 깜짝깜짝 잘 놀라는 저로선 그때마다 수명줄이 조금씩 갉아먹혔어요. 경기 전에는 단순히 플라스틱으로 보였던 벽면 이지만 경기 후에는 분명 마징가 Z와 같은 구성물질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일반인들이 주먹다짐을 하면 폭행죄가 성립되지만 권투선수가 주먹으로 사람을 치면 살인미수로 취급되는것과 마찬가지로 하키선수가 하키채로 사람을 때리면 살인미수로 본다는 (물론 피해자가 여전히 살아있을 경우지만) 것을 듣고 웃어넘긴 적이 있었는데 이젠 웃을래야 못 웃겠습니다. 천번만번 지당하십니다 굽신굽신. 초코파이만한 공을 쫒아 집채만한 남정네들 십수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는걸 보는데 지쳐 조금 멍하게 있는데 갑자기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들립니다. 골이라도 들어갔나 싶어서 화들짝 경기장을 주목했는데, ![]() 싸움났다! 그 어떤 스포츠 종목보다 싸움이 잦고 실제로 관중들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신경전이고 자시고 없이 몸부터 날리는 동물적인 행동력에 입이 쩍 벌어집니다. 그나마 살인미수는 피하고 싶었는지 하키채는 버려두고 엎치락 뒤치락 뒹구는데, 지상과 달리 미끄러우니 스케이트가 헛발질을 휘적휘적 하는 모습이 꽤나 우스꽝스러워요(...) 심판들이 쏜살같이 달려와서 저지했어요. 근데 이것도 스틱을 들고 있지 않았을때나 그렇지 TV 중계를 보면 말이죠, 싸움이 정말로 격렬할때는 심판들도 손 놓고 쳐다봐요. 심판들이 풀 스윙에 얻어맞고 중태에 빠진 적이 한두번도 아니니 백번 이해가 갑니다. 문제의 두 선수가 끌려나가고 무언가 쓸쓸하게 널부러져 있는 장비들을 팀 동료들이 주섬주섬 챙깁니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경기는 다시끔 굴러가고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던 뒷좌석의 배나온 아저씨가 아쉬움을 끄응 토해내고 털푸덕 주저앉으십니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었다고 해도 저렇게 노골적이라니. ![]() 하프타임이 곧 다가오고 꼬맹이들이 오골오골 몰려나와 미니게임을 치루는데 그 미숙한 귀여움에 다들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저 본인들은 매우 진지하기 짝이 없다는게 포인트★ 저기 오른쪽에 있는 흰 헬멧보이가 제 동생이에요 :) ![]() 경기를 마치고 아이들의 탈의실로 두 선수들이 찾아와 악수도 해주고 싸인도 해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초청한 구단들의 섬세한 배려가 느껴졌...다기 보다, 어딘지 모르게 풍겨오는 파릇파릇함으로 유추해보되 동서를 막론하고 귀찮은건 다 도맡아야 하는 팀의 막둥이들이 아닐까 싶더이다. 홍어는 묵을수록 꼬리꼬리 해진다면 하키선수들은 묵을수록 험상 굳어져요(...) 지금은 은퇴한 선수들이 태반인 동생네 하키팀 코치들을 보면 다 서너번쯤 부러진 코와 여전히 버팔로라도 두쪽으로 잡아 뜯을법한 팔뚝을 소유하시고 계시거든요. 또 가겠냐고 물어보면 아마 손사래 치겠지만 의외로 즐거웠던 경기였어요 :D 역시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건 싸움구경이지요. 어렸을때 부터 버리지 못한 습관이 하나 있다면 바로'책 읽으면서 걷기' 랍니다. 덕분에 무릎팍과 팔꿈치에 구멍이 나있지 않을때가 드물었지요. 저때도 탈의실에 있다가 자연에 부르심을 받고 화장실을 찾아나섰는데 걸으며 독서 신공을 펼치다가 무언가에 부딛혀 뒤로 쿠당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세게 부딛힌게 아닌데도 굉장히 단단했기 때문에 힘을 빼고 걷던 저에겐 꽤나 큰 충격. 벽에다가 박은건가 싶어서 위를 보니 어이쿠야, 왠 사람이 내려다 보고 있어요. 오간 대화를 대충 번역해 정리해 보자면 이렇게 됩니다. 벽인줄 알았던 남자(이하 벽남): 괜찮아? 김말랑: ..예압. 벽남: 진짜? 너 말이지, 방금 하키선수한테 부딛힌거라고. 꽤 건방진 대사이긴 하지만 마치 63빌딩에서 추락해놓고 '저는 괜찮습니다!' 라며 벌떡 일어난 사람을 쳐다보는 듯한 표정에 걱정이 매우 어려있어서 재차 진짜로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제 팔뚝을 잡고 일으켜 주는데... 넘어진건 안 아팠는데 이건 아파! 뭔놈의 힘이 그리 철철 넘치는지 우악스럽게 잡은것도 아닌데 코트 너머로 느껴지는 악력이 무지막지해서 우와 진짜 하키선수 맞구나 싶어집니다. 하키선수라고 하면 무식하게 힘은 세지만 머리는 텅 비었다 라는 오해라고 하기엔 진실성이 조금은 다분한 편견이 있잖아요. 물론 개중 은퇴하고서 작가가 된다던지 뛰어난 사업가가 되는 예외도 있지만 TV 인터뷰들만 보아도 편견만은 아니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기자: 오늘 경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수: 아, 에, 음.. 좋았습니다. 기자: ...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았습니까? 선수: 으음..아... 아주 좋았습니다. 기자: (매우 어색하게) 으하하! 아주 좋고 말고요. 남은 시즌의 전망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선수: 흠...에... 좋지요. 기자: ... 거의 대충 이렇거든요. 제대로 대답한다고 해도 동문서답 할때가 다반사이고. 전에 지인 한명과 한국의 유명 축구선수 안모씨의 인터뷰를 같이 시청한 적이 있는데 '우와 어쩜 저렇게 무식이 통통 튀냐' 라며 감탄하던 그녀에게 캐나다 하키선수들과 비교하면 100분 토론 패널급은 된다고 말하고 싶은걸 참은 적도 있는걸요. 오히려 단순무식함이 미덕으로 여겨지고 장려되는 세계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벽남은 선수치고 꽤나 호리호리하고 인텔리한 분위기라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제 뼈를 으스러뜨릴 뻔 하지만 않았다면) 몰랐을 것 같아요. "역시 프로에겐 정면돌파는 무리군요." 라고 머슥함을 2% 부족한 개그로 무마시키고 자연의 부름에 마저 화답하러 가려고 하는데 벽남님이 갑자기 목소리를 깔고 말합니다. 벽남: 원한다면 내가 코치해줄 수도 있는데. 김말랑: 왓? 벽남: 그것도 무료로. 나이스한 스테이크로 저녁식사를 하며 말이야. (For free. Over a nice steak dinner.) 헉 이분 왜 이러셔 -///- 한두번 해본게 아닌듯한 저 자연스러움에 감탄. 살짝 어색하게 웃으며 생각해보겠다 말하곤 돌아서려는데 Wait 이라고 말하곤 윗주머니에서 펜을 꺼내서 손바닥도 아니고 제 손등에다가 숫자 몇개를 써줍니다. 강습받고 싶으면 전화해 라면서. 뭔가 멍해진 상태로 화장실에 다녀와 엄마아빠에게 방금 있던 재밌는 일을 말해드리며 손등을 내보이는데... 지워졌잖아! 앞의 지역번호와 맨 뒷자리 약간만 빼고 벽남의 전화번호는 무참하게 하수구로 흘러 들어갔던 것입니다. 이것에 대한 부모님의 반응은 이러하셨지요. 엄마: 적어도 너가 화장실 갔을때 손을 제대로 씼는다는건 알게 되었구나. 아빠: 잘 됬어. 이런 잔챙이 리그 선수는 안돼. NHL 급은 되야지. ...강하다. 나 오늘 어땠냐며 폴짝폴짝 뛰는 동생녀석에게 커다란 팝콘을 한봉지 사주고 경기장을 나서는 길. 뒤를 한번 홀끗 돌아봤어요. 미안해요 벽남. 스테이크는 탐나지만 강습은 사양할게요. ▶◀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키선수와의 로맨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