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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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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5일
전 요리를 참 좋아합니다. 남이 해준 요리를 맛 보는것도, 직접 주방에서 무언가 투닥투닥 만들때도, 하다못해 TV 요리 프로그램이나 구르메 잡지까지도 요리에 관한거라면 언제나 가슴이 두근두근 거려요. 전생에 못 먹어 저승길로 떠난게 분명할 정도로요. 다리 한개가 조금 짧아 불안정하게 흔들거리던 스툴 위에 올라서서 계란을 몽글하게 스크램블 하고 냉동감자튀김을 튀겨 늦게 돌아오시는 부모님을 기다리며 베란다 문턱에 걸터앉아 혼자 만찬을 즐겼던 4살의 김말랑. 친한 친구가 집에 놀러왔을때 대접을 한답시고 식빵위에 이것저것 올려 미니피자를 만들어 자랑스럽게 내놓았던 적. 카자흐스탄의 가난한 한 시골마을에서 소 한마리는 들어갈법한 커다란 솥에 카레를 잔뜩 끓여 동네사람들을 배불리 먹였던 적도 있었지요. 저에게 있어 소중한 기억들에는 언제나 마음을 따끈따끈하게 해주는 요리가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다른 공부를 내내 해오고 있었지만 가슴 깊숙한 곳에서는 이렇게나 좋아하는 요리를 진지하게 공부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언제나 움틀꿈틀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의 이성적인 (..과연) 저로서는 상상치도 못할 엉뚱한 짓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제가 있는 도시의 한 전통있고 유명한 - 이곳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곧잘 평가받기도 하는 - 레스토랑에 무턱대고 전화를 했지요. 식사예약 전화일거라고 생각했을 직원에게 전 필요 이상으로 목에 힘을 주고 말했습니다. "셰프 좀 바꿔주세요." 어디서 나온 똥배짱인지 도무지 알길이 없지만, 입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심장을 도로 꿀꺽 삼키고 꼬이려는 혀를 풀어내며 영국식 발음이 인상적인 셰프님에게 절절한 부탁을 했습니다. 대충 요약하자면.. 전 수상한 사람이 아니옵고 그저 요리가 하고싶고 게다가 가능하다면 그걸로 먹고살고 싶은 가여운 중생이온데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아는 전문 주방에 대한 지식은 푸드 네트워트(요리전문 채널이랍니다*-_-*)에서 본 정도밖에 없소이다. 접시에서 파리가 앉을라치면 김연아처럼 스케이팅을 하게 되게 뽀득뽀득 닦을테고, 타일바닥이 대리석 처럼 반들반들하게 청소도 할 수 있으니 며칠 주방구경좀 시켜주실 수 있나이까 굽신굽신. 오, 담백하기가 기름 쪼옥 뺀 수육같고 호탕하기가 임꺽정 뺨치는 우리의 셰프님. "그럼 내일부터 당장 나와봐." 예스, 베이비. 가끔은 세상에서 가장 무식한 방법이 통할때도 있는 법입니다. 떨리는 손으로 통화종료를 하고 김말랑은 홀로 기쁨의 플라맹고 댄스를 추었습니다. 남의 주방에서 무료노가다를 뛰러 가는건데 이렇게 신난다니 미쳤어도 단단히 미친게 분명한가 봅니다. 그리하여 김말랑은 겨울이 반발자국 앞으로 다가온 어느 추운 날 콩닥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집을 나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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