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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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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26일
전에 이 포스팅 에서 볼 수 있듯이, 저에게는 오늘로서 2학년을 마치고 - 성적표는 차마 두려워 아직 펼쳐보지 못했다만 -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어린 동생이 하나 있어요. 아직도 슬슬 늙어 꼬부라지기 시작한 이 누님을 따라잡으려면 머리의 피딱지부터 떼야 하겠다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하루가 다르게 다음날 뒷뜰의 잡초만큼 성큼성큼 자라나고 있어서 어쩐지 몰려오는 기특함에 보고 있자면 제 입꼬리가 살사댄스를 추곤 합니다. ![]() 소년 김준우(8). 매우 소싯적부터 걸핏하면 카메라를 들이미는 누나밑에서 태어난 죄로 줄무늬 내복 차림으로 변기에 앉아 사진이 찍힐때도 한치 부끄러움을 느낄 줄 모르는 대담함과 토실토실한 궁둥이가 매력포인트★ 입니다. ![]() 아직도 하키에 매진하고 있어요. 조금 부산스럽고 변덕이 죽끓는 면이 없잖아 있는데 하키는 의외로 우직하게 계속 좋아하고 있는걸 보면 참 신기하지요. 이 팔불출 누나가 쬐금, 아주 쬐금만 자랑을 하자면.. - 아, 아, 마이크 테스팅 원투쓰리 - 이녀석 꽤 재능이 있나봐요. 자기네 하우스 리그 팀에서 뽑혀서 엘리트 팀에 들어가길래 어쭈? 했었는데 그 엘리트들 중에서만 또 추려내서 올라갈 수 있는 트리플A 팀들에서 준우가 내후년 나이가 차게 되면 스카우트 해가겠다며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고 있고 심지어는 돈을 무더기로 벌되 호화생활에는 별 취미가 없으신 모 유명 변호사께서 준우가 하는 경기를 관람하시고서는 하키를 업으로 삼아 프로로 키울 생각이라면 사립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전부 뒷받힘해주고 자신이 후원하고 있는 프로팀쪽에도 입김을 불어넣겠다고 난데없이 제안을 하는 둥 저로서는 잘 이해가 안가는 안드로메다급 이야기가 오가는 그런 상황인 거에요. 이 부근에서 본격적으로 하키를 시키는 부모들이라면 준우의 애칭인 JK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하고 - ..뻥이 좀 가미되었을 가능성 80% - 하키팬 포럼에서도 이름이 오르내린 다는게 욕창이 스믈스믈 올라오는 기미가 느껴질때만 몸을 뒤집어주는 이 게을러빠진 누나로서는 너무 신기해서 그저 실없는 웃음만 나와요. 참고로 그 포럼에서 'JK의 누나'에 대해서도 언급이 된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프로페셔널 포토그래퍼 인걸로 알고 있다' 라고 써져 있었어서 매우 대폭소. 경기에 따라갈때마다 뽈뽈뽈 카메라가방을 매고 돌아 다니고 코치들과 안면이 익은 탓에 가끔은 사진 찍기 좋은 코치박스석에 들어가 있어서 그런 오해가 있던 것 같은데 다행히도 저희 가족 말고는 제 결과물을 본 사람이 없어서 아직 제 실체가 뽀록난 적 없습니다(...) 맨 아래 사진들은 나이아가라 토너먼트에서 우승했을때 인간 팬케이크를 쌓는 모습과 토론토와 그 지변주역 올스타전에 초청받아서 역시 우승했을때 찍은 기념사진으로 쪼그만게 뭘 아나 싶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뽑아달라고 조르길래 방에다가 넓적하게 붙혀줬어요. 덕택에 목욕 후 팬티만 입고 양 허리에 손을 얹은채 흐뭇하게 감상하는 새로운 취미를 가지게 되었지요. 아레나 안은 워낙 어두침침한데다가 저 꼬맹이들이 날다람쥐처럼 스케이팅 하질 않나, 드디어 앵글안에 잡혔다 싶으면 자빠지고, 휙 뒤돌아 버리고, 심판이 끼어들어서 뷰를 막아버리기 일수라서 손가락에 쥐가 오르도록 셔터를 눌러대도 건지는게 드물어요. 감사하게도 친구의 애인께서 500mm 망원렌즈를 빌려주셔서 며칠 스포츠신문 기자의 느낌으로 설치고 다녔지만 제 지구 코어에 다다르는 낮은 내공은 장비빨로도 어쩔 수 없었는지 남은건 렌즈 무게에 늘어난 어깨 인대뿐..orz 워낙 어린데다가 아직 재능이고 장래고 운운할 단계가 아니라서 가족 모두 함께 즐기는 정도로 유지하고 있지만 연습을 다녀오고, 개인레슨을 받고, 주말내내 정신없이 토너먼트들을 뛰고도 집에 돌아와서 하키채를 휘두르며 뛰어다니는걸 보면 아, 정말로 좋아하는 건가 싶어서 무언가 따뜻하게 바라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 ![]() ![]() ![]() 야구도 좋아하는 탓에 일주일에 한번 경기를 치루러 가곤 하는데 정말로 '동네야구'가 무엇인지 깨닳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광경이에요. 헛스윙은 양반이오 잡는 공보다 놓치는 공이 더 많고, 한번 무난하게 치고나면 왠간해서는 홈런이 되는 콩가루 경기판을 보고있어도 나름대로 땀을 바가지로 흘리며 경기에 임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차마 웃을 수가 없어요. 생과 사가 걸린마냥 투지가 이글거리는걸요 ㅇ<-< 저 마지막 사진은 준우한테서 '조금만 일찍 찍었으면 내가 공을 잡는 것 처럼 보였을 텐데' 라며 핀잔을 들었어요. 니가 놓쳐놓고 왜 나한테 화풀이야, 흥칫핏. ![]() 이제 몇년만 지나면 슬슬 목소리가 굵어지고 수염도 한두가닥씩 나기 시작하겠죠. 더 이상 아침에 일어나면 반쯤 뜬 눈으로 누나의 침대 옆으로 기어 들어와서 칭얼거리지도 주말 아침마다 핫케이크와 해시브라운을 해달라고 조르지도 않을거에요. 아마 저보다 머리 한통은 높은곳에서 내려다보며 14살이나 많은 이 여자는 나와는 세대가 다르다고, 그러니까 내 감정을 공감해 줄 수도, 이해해 줄 수도 없다고 생각하며 거리를 둘지도 몰라요. 그리고 어쩌면 그게 피하기 힘든 진실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만지면 퐁 하고 사라져버릴 것 같이 조그마했던 그 갓난아기를 처음으로 품에 안아본 그 날부터 아롯한 우유풋내가 옅어지기 시작해 제 손 없이도 넘어지지 않고 뛰어다니게 되고 어느새 입가에 밥풀을 묻히고 노란 책가방을 맨 채로 학교로 향하는 오늘날까지, 그리고 더 이상 보호자로서 누나가 필요없게 되는 날이 온다고 해도. ![]() 기억해줘. 그리고 의심치 말아줘. 누나가 얼마나 오금이 저리도록 널 귀여워 했는지. 얼마나 내 전부를 줄 수 있을 것 처럼 널 아꼈는지. 누나는 네가 넘어지면 받혀줄 수 있도록 뒤에서 네 등을 지켜보고 있단다. 그래,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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