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테고리
전체
→Diary →Kitchen Talk →Daydreaming →Drawings →Foods →Travel →Games →TV Series →Comics →Animations →Movies →Musics →Books 최근 등록된 덧글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
by 수도방위사 이찬혁 at 11/22 저 위글은 뭔소린지 모.. by 알토스 at 11/16 가드닝!!! by 디프님 at 10/13 앗 저는...85도 먹는데 .. by ?? at 09/23 ...아아 잡초제거전인.. by 엘키군 at 08/16 ...난 아직도 지렁이는.. by 엘키군 at 08/16 너무기여워 by 도형 at 07/29 .......긴장감넘치는.. by 늘보냥이。 at 07/17 다른 건 몰라도 건강 만큼.. by blogger at 07/16 우와, 지렁이도 잘리면.. by 보바 at 07/14 ClustrMaps
이글루 파인더
|
2009년 07월 13일
더워요, 더워. 매일처럼 오존주위보가 내릴만큼 피부에 따끔하게 내려치는 햇살덕분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두번씩 물을 줘도 땅이 곧 파싹 말라버릴 정도에요. 새벽에 혹시라도 일찍 일어나면은 잡초와 전쟁을 벌이는게 어느새 당연시 되어 - 관련포스팅: 나와 그는 싸운다.- 오늘도 어김없이 신들린 삽질을 하고 있던 와중에 무언가가 아치를 그리며 크게 꿈틀거리기에 유심히 봤더니.. 엄청 큰 지렁이다. 게다가 두 동강 나있어. 가드닝을 하다보면 모르고 해한 지렁이가 한두마리가 아니었을테고 여태까지 살면서 무심코 밟고 지나간 개미도 헤아릴 수 없을텐데 이렇게 굵고 긴 지렁이 라면 말이 틀려지는거에요. 마치 못해도 99년은 땅속에서 묵어왔고 앞으로 3개월만 더 있으면 승천아나콘다로 탈바꿈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관록이 느껴지는걸요. 도무지 미안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매우 어쩔 줄 몰라하며 도로 땅 속에 묻어놓고 일어서려는데, 양심의 가책이 마치 바늘비처럼 따끔따끔하게 쏟아지더이다. 부랴부랴 조심스레 다시 땅을 파해쳐서 지렁이를 - 혹은 이제는 두조각이니 지렁이들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구급상자를 챙겨 나왔어요. 플라나리아는 난도질 해도 그 숫자만큼 재생하며, 도마뱀도 꼬리가 끊어져도 자가 에프터 서비스가 된다고 하는것처럼 지렁이도 끊어져도 각자 살아남을 수 있다고 들었지만 이 지렁이는 지렁이라기보다 뱀에 가까운 포스의 노장이셔서 도무지 이 천재지변을 젊음의 혈기로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에 접합수술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일단 안티박테리아제를 손에 바른 후, 라텍스 수술장갑을 끼고 손목부분을 몇번 탕탕 튕겨주며 기합을 넣었습니다. 지렁이를 고문하기 위해서 타바스코 핫소스를 뿌렸더니 지렁이가 강렬한 트위스트를 추며 괴로워 했다며 자랑하던 철없는 중학교 같은반 남학생이 생각나 소독약을 뿌려주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듯 싶어 자극이 거의 없다 싶은 젤 타입의 안티셉틱을 면봉으로 살살 발라줬더니 별 거부를 하지 않는게 괜찮은듯 싶었어요. 수술용 봉합실과 마취제가 없는건 물론이거니와 사방팔방으로 꿈틀거리는 지렁이 두조각을 들고 깔끔하게 꼬매줄 자신도 없어서 외과용 테이프를 쭈욱 찢었어요. 절단면이 깨끗한 상처들, 그러니까 날카로운 칼이나 메스, 혹은 크지않은 상처정도는 봉합을 해 울퉁불퉁한 꼬맨 상처가 남는것보다 테이프로 잘 붙혀놓으면은 오히려 더 깔끔하고 쉽게 붙을때가 많아- 비록 흉기가 꽃삽이었어서 절단면이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 어쩌면은 도로 붙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말이에요. 발등을 적시던 아침이슬이 슬슬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아침해에 말라감을 느끼며 "얌마, 예쁘게 붙혀야 하니까 제발 그만좀 꿈틀거려." 라고 달래가며 지렁이를 치료하는 기분은 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오묘함. 지친건지 아니면 조금 진정한건지 비교적 정상적인 느낌으로 씰룩거리는 모습에 가볍게 안심하며 아무리 그래도 약해진 환자를 땅속에 파묻어 버리는건 도리가 아닐 것 같지만 곧 해가 쨍쨍해질텐데 말린 지렁이포가 되게 냅둘 수도 없어 키친타월을 몇장 겹친걸 물에 흠뻑 적셔 덮어주고 빨리 회복하라는 의미에서 유기농 거름덩어리를 (어느쪽에 입이 달려있는지 알리가 없잖아요 orz) 양끝에 놓아준 후 기도까지 하고 돌아섰지만 하루종일 마음이 무거웠어요.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자마자 왕꿈틀이의 차도를 확인하러 부랴부랴 가봤는데.. 사라졌다! 그래그래, 기특하구나. 살아줬구나. 부디 건강하게 회복해 드래곤볼을 물고 날아오르길 바랄게. 그리고 이어진 아빠와의 대화. "그 지렁이가 박씨를 문앞에 물어다 둔다던지 하는거 아냐?" "그럴리가. 내가 병주고 약준건데." "제비가 일단 놀부에게도 물어다 주긴 했었잖아." ![]() 맞다. 그랬었지. "...왠만하면 심지 마라." "...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