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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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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05일
마치 미라화 됬다가 삶으로 돌아와 블로깅을 하는듯한 이 위화감은 분명 몇달간 방치해둔 탓이리라-_-; 새벽 3시 반쯤 갑자기 매콤한 카레가 먹고싶다고 느끼는것과 같은 충동으로 거미줄 치기 시작한 블로그에 돌아왔다. 앞으로 성실하게 블로깅 할 수 있을것 같지도 않고 가능하다고 해도 변덕이 죽끓는 막 만18세가 된 (강조. 절대강조.) 사람으로서 꼬박꼬박 할리도 없는 터. 그래도 한밤에 왠지 무언가 주절주절 늘어놓고 싶은데 들을 사람이 없을때 돌아올 곳이 있다는건 좋은거구나 싶어져서 조금은 기뻐졌다. 아무튼간에, 오늘의 주제는 바다. 나비의 자식은 애벌레이고, 일요일의 다음날은 월요일이고, 내가 화학시험을 죽쒔다는것만큼 확실한 사실은 바다란 참 멋있는 곳이라는 것. 사실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딱 이렇게 할 대답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막연히 넓고, 날씨가 좋은날에는 파랗고, 갈매기가 끼룩끼룩 거리지만 실제로 들어가보면 잔인할만큼 짜고 한여름에는 미묘하게 미적지근한데다가 가끔 미끄덩거리는 해초가 발목을 스쳐지나가 소름을 돋게까지 하는데 말이다. 그 이유가 어떻게 되었던간에 예로부터 바다는 그 안에서 파닥이는 물고기 수만큼이나 무궁무진한 이야기 속에, 그리고 환상속에서 더욱 더 그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던것이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만큼 머릿속에 둥둥 떠오르는건 역시 겨울바다. 여름의 바다는, 왠지 (...라기보다는 만화의 영향으로) 나이스바디들이 넘실거리는 연애와 청춘의 아지트☆ 라는 이미지라면 겨울의 바다는 불치병에 걸린 가녀린 여주인공이 남주인공과 청승떠는 장소라는 공식이 박혀있다. 그래서 겨울바다가 좋아. 라고 말한다는것은 왠지 그런 하이틴로맨스다운 전개를 꿈꾸고 있다는걸 시사하는것 같아서 (..아주 안한다고는 인정 안하지만) 쉬쉬 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로망스럽지 않은가. 겨울바다. 언젠가, 아무도 없는 겨울바다에서 혼자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는 자신을 상상하다가 엄마에게 "나 한번도 겨울에는 바다 가본적이 없네. 그러고 보니깐." 이라고 했더니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냐는듯한 표정으로 기억 못하는거야? 라고 대답했다. 멍하게 기억을 더듬어 보니깐 점점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이 있었다. 적당히 후추와 소금을 섞어둔듯한 회색 하늘, 그보다 두배쯤 더 어두운 망망대해. 소금기가 섞여 짭짤한 바람은 사정없이 매몰아쳐 벌겋게 얼어터진 볼을 따갑게 찌르고 있었고 갯뻘은 온도를 잃을만큼 잃어 발이 부착된것처럼 얼었었지. 이래서야 전혀 수영을 할 수 없다라는 당연한 깨닳음과 생명체의 기운이라고는 잠자리 눈꼽만큼도 느낄 수 없던탓에 대단히 실망을 했었고 역시 바다는 여름! 이라고 멋대로 결정내리고 돌아왔던 나. 눈이 내리고 있었었지만 소금기를 머금은 갯뻘에는 한송이도 필 수가 없었었다. 다시 한번, 겨울바다에 가볼 수 있게 된다면 아마 비슷한 기분을 느낄것 같다. 여전히 추울테고 요즘따라 추운게 쥐약이 되버린 나로서는 운치란 단어의 이응도 느끼기도 전에 주위 횟집-_-에 들어가 버릴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다시 가고 싶은건 분명히 기억이란 흐려지고, 흐려진 기억은 미화가 되기 때문일거다. 그러고 나면 모든게 추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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