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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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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7 혼자 만들어 먹는 저녁. [13]
2007/11/08 단호박 오트밀 렌즈콩 수프 ː 아침이 달큰달큰 따끈따끈 [16] 2007/07/15 아지센라멘 게이지 200 ː 지구인들, 힘을 줘서 고마워! [26]
2008년 01월 27일
주중에는 각자 바쁘기에 같이 살더라도 모두 함께 둘러앉아 저녁 한번 먹기 힘든것이 현대인의 모습. 저희집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그래서 주말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집에서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식사시간에 맞춰서 집에 돌아와봤더니 아무도 없다 라는 조금은 울적한 시나리오를 종종 겪곤 해요. 여기서 제 1타격. 지친 가족들이 돌아왔을때 여유롭게 음식 간을 보며 '많이 춥지? 어서 옷 갈아입고 손씻고 와.' 라고 말해볼까 싶어져서 언제쯤 돌아오냐고 전화해보니 "우리 저녁먹고 돌아가니까 알아서 찾아먹어." 라는 대답이 돌아왔을때 제 2타격. 무심한듯 시크한 21세기의 레이디는 절대 결코 네버 이런걸로 삐지지 않는다 라고 자기최면을 걸며 심퉁맞게 열어본 밥통안에서 날 반기는것은 오직 쓸쓸한 밥주걱. 이로서 제 3타격. 최후의 보루인 그분을 꺼내려 뒤돌아보니, 두둥. 어째서 라면조차 없어 이 슬픈 나에게 제 4타격을 선사하는 것인가요. 나도 돈있어! 사먹을거야! 하고 흥칫핏 거렸지만 밖의 온도는 영하 20도. 결국 아무리 봐도 신통찮은 냉장고 속의 재료들로 무언가를 창조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냉장고 정리라는 명목하에 엄마가 요즘 장을 뜸하게 봤다는건 알았지만 막상 시들한 야채 몇가지와 김치만 달랑 있다는건 정말 너무해요. 게다가 김치는 국물밖에 없어! 버섯과 고추, 마늘, 약간의 피망과 샐러드용 아기시금치로 뭘 만들어야 저 멀리서 날 잊고 하하호호 포식하고 있을 가족들에게까지 잘 만들었다고 소문이 날까 싶어 머리를 데굴데굴 굴려봤지만 영 그럴싸한 생각은 나지 않았고, 고골고골 소리를 내며 귀찮은데 생으로 다 씹어먹으라고 명하는 위장님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타일르며 후라이팬을 꺼냅니다. ![]() 그리고 이렇게 너무나도 정직한 요리가 완성. 올리브오일에 살콩살콩 마늘을 볶아서 다른 재료들을 넣고 뒤적뒤적. 정식으로 다시 국물을 내는것이 정석이련만 이미 MSG에 절여진 몸, 아무렴 어떠랴 싶어 혼다시를 탄 물에 자작하게 졸여서 소금후추로 간을 했을 뿐인데 의외로 맛이 괜찮아서 흐뭇해져요 :) 너무 간단했기 때문에 탈선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는건 논외로 합시다(...) 아기시금치 침대위에 살포시 눕혀드리사 괴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으니 피날레는 발사믹 비네거 한스푼으로 합니다. 동양과 서양의 뜨거운 탱고! 이것이 바로 퓨전! 이라고 말해보지만 단순히 발사믹 비네거를 너무 좋아해서일 뿐. 병나발을 불라고 해도 할 수 있어요. ![]() 그러고보니 여기있는 재료 모두 어렸을때는 이를 아득바득 갈며 싫어했던 식재료라는 것이 사뭇 재밌어졌어요. 시금치는 비려서, 마늘과 고추는 매워서, 버섯은 특유의 몽글한 식감이 너무 적나라하고 변태스러워서. '크면 다 먹게 되있어' 라고 어른들이 말하셨을때 난 관뚜껑 덮는 날까지 절대 야채를 입에 대지 않겠다고 큰소리 떵떵쳤던걸 그분들이 모두 잊으셨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정말로 멋진 어른이라면 혼자서 먹더라도 (아니, 혼자서 먹기때문에 더더욱) 촛불을 켜고 와인 한잔을 기울일 줄 알아야 할터지만 전 헛자랐기 때문에 컴퓨터 앞에서 시퍼런 모니터 빛을 벗삼아 저녁을 먹습니다. 상대가 먹는 속도에 맞출 필요도 없고 피망부터 골라먹어도 눈치 보이지 않아요. 어느쪽이냐고 하면 사실 혼자 먹는걸 더 선호하는 편. 최근 식사도 열에 아홉은 홀로. 언젠가 읽었던 심심풀이땅콩 기사에서 말하길 평생을 혼자살며 독신을 고수하는 자들의 평균수명은 기혼자들에 비해서(물론 행복한 결혼생활이라는 전제하에) 짧다고 합니다. 꼭 먹는요소만이 그리 만든건 아닐터지만 유난히 요리를 즐긴다던지 건강에 신경쓰는 경우가 아닌 이상 혼자 먹을 음식이 타인들을 위해 만든 음식보다 격이 떨어짐은 역시 피할 수 없는 법이겠지요. 이 여유가 너무 편해져 버리면 요절하겠다고 생각하며 젓가락을 퉁겨내는 버섯의 쫄깃함에 새심 감탄합니다. 다음 주말에는 반드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렵니다.
2007년 11월 08일
이것이 Rolled Oats 인데 통귀리를 살짝 굽거나 찐다음에 롤러로 납작하게 민것. ▶
렌즈콩 통조림을 따서 소금기를 제거하고 익기 시작한 오트밀에 단호박 퓨레와 함께 ![]()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를 들으면서무념무상하게 한숟갈 한숟갈 뜨고 있다보니 마음이 놀랄만치 차분해져요. 내가 만들었지만 참 맛있다. 라는 건방진 생각을 하면서 그냥 그렇게 아침을 보냅니다.
2007년 07월 15일
![]() 식욕을 묘하게 저하시키는 저 각잡힌 핫핑크 의자들은 그렇다고 ![]() 갑자기 사진이 희뿌옇다 못해 몽환적이 되버린 이유는... 카메라를 라면 속에 빠뜨렸어!
![]() 제일 먼저 눈에 띄는건 역시 저 양념장이죠 :) 카메라 상태가 나빴긴 했다지만 화밸이 안맞은게 아니라 실제로 저렇게 된장색의 진득한 페이스트 였어요. 언뜻 보자니 다진 고기와 잘게 썬 고추가 보였답니다. 전에 먹었던 기본적인 아지센라면과 구성은 같되, 그릇 위 1/3 정도가 양념장으로 덮혀 있습니다. 보이는건 빙산의 일각이에요 라고 하면 약간 뻥이고, 국물속에 잠겨있고 가라앉은 양까지 따지고보면 정말 양념장 하나는 푸짐하게 올려줬습니다. 그래. 200 이라면 이정도는 되야지. 라는 생각과 함께 이게 얼마나 매울지 참을 수 없을만큼 궁금해 졌어요. 제 안에 잠자고 있는 마조의 혼이 용트림을 하며 꿈틀꿈틀. ![]() 1. 사먹었다는 인증샷을 찍었으므로 양념장을 덜어내고 먹는다. 배째. 2. 저 라면의 모든것을 받아들이고 우주의 코스모를 느낀다. 물론 저는 2번 루트를 선택했고 용감하게 양념장을 국물속에 용해 시키기 시작했어요. 워낙 양념의 비율이 컸다보니 다 녹이고 보니 국물이 쫄아든것 마냥 쑥 내려가 있더군요 엉엉. 그리고 한 젓가락 크게 집어서 국물과 함께 입에 넣었습니다. 먹을만 해요. 확실히 맵기는 맵지만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혹독하게 단련해온 성과가 있었는지 못먹을 정도는 아니더군요. 억지로 맵게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이정도의 화끈함은 한국에서 조금 맵다는 떡볶이집이나 짬뽕집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정도. 사천요리집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매운요리를 찾을 수 있을 법 합니다. 고추기름이 베이스여서 사천풍의 맛이 나거든요. 한줄요약: 이정도로는 한국사람에겐 어림도 없어. 정신없이 먹다가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고개를 들어보니 가게 직원들이 모조리 제 근처에 모여있습니다. 각자 (이미 깨끗한) 테이블을 닦거나 신문을 뒤적거리거나 하고 있지만 절 구경하고 있는게 분명했어요. 저의 빤한 시선과 마주치자 도둑 제발 저리듯이 'No, no, no. I wasn't looking at you.(아냐아냐아냐, 나 너 보고 있던거 아니야.)' 랍니다. 전 아무말도 안했는데(...) 그러나 제가 찻잔을 비우자, 테이블에 내려놓기 무섭게 채워줍니다. 역시 보고 있었잖아! 아무튼 잘 먹고 왔습니다 :) 게이지 200도 나쁘지는 않지만 평소에 부담없이 먹으려면 게이지 100 정도로 자제하거나 매운걸 잘 못 먹는다면 50 정도가 딱 좋을듯 싶어요. 그 어떤 게이지를 선택하든 라면값은 똑같은데 25 먹기는 왠지 아깝죠. 먹다가 입에 불이 붙어서 일주일간 중환자실에 누워 생사의 길을 오갔다는 드라마틱 라이프스토리를 기대하셨다면 좀 죄송스러워요 :( 제가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신 모든 지구인들, 힘을 줘서 땡큐 베리머치★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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