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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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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2월 03일
원래는 세월아 네월아 있다가 쓸 예정이었지만 귀가 얄팍하다 못해 팔랑팔랑한 김말랑은 친절한 덧글들에 감동해 진짜로 2편을 기대들 하시는걸로 착각하고 히히 거리며 다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재밌다고 해주면 진짜로 그렇다고 착각하는 단순함이 이럴때는 좋지요u///u 혹시 안 읽으셨다면 캐나다는 하키에 살고 하키에 죽는다 1 을 살짝 훑어주세요. 열혈 하키소년으로서 매일처럼 빙판을 가르는 동생. 체구도 또래에 비해서 조금 작은편인데 도토리 쫒는 다람쥐마냥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하고 있는걸 보면 그저 신기해서 웃음이 나올 뿐이에요. ![]() 동생이 속해있는 주니어 하키리그 팀이 초청받지 않았다면 아마 전 평생 프로 하키 경기장의 문턱을 넘어봤을리가 없다고 단단히 믿고 있습니다. 아니, 사실 부모님이 '너가 아니면 누가 사진찍고 비디오를 돌리니. 게다가 티켓까지 미리 사뒀다고.' 라며 설득신공을 펼치지만 않으셨어도 전 이날 노릇하게 구워진 수수부꾸미처럼 집에서 늘어져 있었을게 분명해요. 암표값이 200만원도 넘었다던 야구 결승전 티켓을 선물 받고도 꼬리꼬리하게 썩혔던걸요. 주최측에서 각별하게 신경써서 배치 해줬다던 좌석은... ![]() 너무 가깝잖아! 이렇게나 근접하게, 게다가 골키퍼 바로 뒤에서 관전할 수 있다는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경기는 시작됬고 곧 저는 거짓말 쬐끔 보태서 할로윈 펌킨 두개를 붙혀둔만한 골키퍼의 궁둥짝에 압도당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도무지 가만히 있지를 않아서 쉴새없이 씰룩인다고... ![]()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가와 비누를 줍기도 다반사. 무엇보다 긴장을 조금만 놓을라치면 하키공, 그러니까 퍽이 총알처럼 날아와 벽이나 창문을 후려치고 갑니다. 원래 깜짝깜짝 잘 놀라는 저로선 그때마다 수명줄이 조금씩 갉아먹혔어요. 경기 전에는 단순히 플라스틱으로 보였던 벽면 이지만 경기 후에는 분명 마징가 Z와 같은 구성물질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일반인들이 주먹다짐을 하면 폭행죄가 성립되지만 권투선수가 주먹으로 사람을 치면 살인미수로 취급되는것과 마찬가지로 하키선수가 하키채로 사람을 때리면 살인미수로 본다는 (물론 피해자가 여전히 살아있을 경우지만) 것을 듣고 웃어넘긴 적이 있었는데 이젠 웃을래야 못 웃겠습니다. 천번만번 지당하십니다 굽신굽신. 초코파이만한 공을 쫒아 집채만한 남정네들 십수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는걸 보는데 지쳐 조금 멍하게 있는데 갑자기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들립니다. 골이라도 들어갔나 싶어서 화들짝 경기장을 주목했는데, ![]() 싸움났다! 그 어떤 스포츠 종목보다 싸움이 잦고 실제로 관중들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신경전이고 자시고 없이 몸부터 날리는 동물적인 행동력에 입이 쩍 벌어집니다. 그나마 살인미수는 피하고 싶었는지 하키채는 버려두고 엎치락 뒤치락 뒹구는데, 지상과 달리 미끄러우니 스케이트가 헛발질을 휘적휘적 하는 모습이 꽤나 우스꽝스러워요(...) 심판들이 쏜살같이 달려와서 저지했어요. 근데 이것도 스틱을 들고 있지 않았을때나 그렇지 TV 중계를 보면 말이죠, 싸움이 정말로 격렬할때는 심판들도 손 놓고 쳐다봐요. 심판들이 풀 스윙에 얻어맞고 중태에 빠진 적이 한두번도 아니니 백번 이해가 갑니다. 문제의 두 선수가 끌려나가고 무언가 쓸쓸하게 널부러져 있는 장비들을 팀 동료들이 주섬주섬 챙깁니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경기는 다시끔 굴러가고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던 뒷좌석의 배나온 아저씨가 아쉬움을 끄응 토해내고 털푸덕 주저앉으십니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었다고 해도 저렇게 노골적이라니. ![]() 하프타임이 곧 다가오고 꼬맹이들이 오골오골 몰려나와 미니게임을 치루는데 그 미숙한 귀여움에 다들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저 본인들은 매우 진지하기 짝이 없다는게 포인트★ 저기 오른쪽에 있는 흰 헬멧보이가 제 동생이에요 :) ![]() 경기를 마치고 아이들의 탈의실로 두 선수들이 찾아와 악수도 해주고 싸인도 해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초청한 구단들의 섬세한 배려가 느껴졌...다기 보다, 어딘지 모르게 풍겨오는 파릇파릇함으로 유추해보되 동서를 막론하고 귀찮은건 다 도맡아야 하는 팀의 막둥이들이 아닐까 싶더이다. 홍어는 묵을수록 꼬리꼬리 해진다면 하키선수들은 묵을수록 험상 굳어져요(...) 지금은 은퇴한 선수들이 태반인 동생네 하키팀 코치들을 보면 다 서너번쯤 부러진 코와 여전히 버팔로라도 두쪽으로 잡아 뜯을법한 팔뚝을 소유하시고 계시거든요. 또 가겠냐고 물어보면 아마 손사래 치겠지만 의외로 즐거웠던 경기였어요 :D 역시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건 싸움구경이지요.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2008년 02월 01일
초등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는 유년시절을 캐나다에서 보냈던 귀국자녀. 저를 처음 만났을때만 해도 더듬더듬하게 말하고 교과서를 읽지못해 전전긍긍 하곤 했었지요. 그런 언어의 장벽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두 수다쟁이 초딩들은 뭐가 그리 할말이 많은지 매일같이 입에다가 모터를 달곤 했었는데 훗날 그 나라에 엉덩이를 붙히게 될줄 꿈에도 몰랐던 저는 캐나다 이야기를 해달라고 곧잘 조르곤 했답니다. 그 친구가 해주던 이야기는 언제나 환상적★ 공원에 놀러가서 비스켓 부스러기를 떨구면 청설모가 오그르르 달려오고, 호수에는 백조가 둥둥, 눈가가 거무스름한 너구리가족이 피크닉 테이블 위의 샌드위치를 냉큼 집어가고 오리가족들이 도로를 건너는 바람에 시도때도없이 차들이 멈춰서는 이야기를 들으며 전 캐나다는 지상낙원이 분명할거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년후... 아놔 저놈의 청설모들은 시도때도 없이 갉아대고, 새우깡을 주려고 했더니 손가락을 덥썩 물어버린 괘씸한 백조들과, 중세시대에 파헤쳐진 무덤마냥 처참하게 내다놓은 쓰레기를 헤집는 너구리, 그리고 급해죽겠는데 몇걸음 가다가 주저앉아서 깃털을 다듬는 여유까지 보이시는 무단횡단의 대가 오리가족을 경험하고는 제 반짝반짝하던 환상들은 우장창 깨지고 말았지요. 단순히 제가 동심을 잃은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그러나 확실히 아랫동네, 그러니까 쌀국에 비해서 캐나다 사람들은 순박하고 여유로워요. (그걸 가지고 많이 놀림받기도 하지만요. 우둔하고 요령도 없다고.) 물좋고 산좋은것 외엔 굳이 내세울게 없고 일년의 반이 겨울인 이곳에서 약삭빠르게 사는게 가능하기나 한건지는 논외로 하지요 ㅇ<-< 희노애락의 감정폭도 크지 않은듯한 이곳 사람들이 거의 유일하게(?) 핏발을 세우며 순식 간에 투우경기장의 스페인사람들보다 더 정열적으로 돌변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하키입니다. 월드컵 본선한번 올라간 적 없고, 지리적 가까움 덕분에 MLB에 어영부영 속해있긴 해도 매번 성적이 지지부진한 야구팀(그 여부에 관계없이 사랑은 듬뿍 받고 있지만요 :D). 한국은 쇼트트랙이라던지 양궁이라던지 그래도 나름대로 엄지를 치켜 세울 수 있는 종목이 꽤 많다는걸 감안하면 어쩜 이렇게 재주가 없을까 싶을 정도에요. 그러나 하키만은 다릅니다. 종주국급 인걸요. 그런만큼 평소에는 나무늘보 같던 캐나다인들도 하키경기가 있는 날에는 사바나의 사자 마냥 표효하는 이면을 보여줍니다. NHL 시즌 막바지에 가면 티켓가격이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을 호가하며 경기라도 이길라치면 새벽까지 큰길에서 빵빵거리며 자축 퍼레이드를 하느라 하키에 관심없는 시민들조차 밤잠을 설치게 하지요. 오죽하면 학교 선생님들 조차 가장 사랑받는 팀 Toronto Maple Leafs 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칠판에 'Go Leafs Go' 라는 응원문구를 써놓고 수업을 시작하니 할 말 다했지요. ![]() ▲Toronto Maple Leafs 의 로고 덕분에 어릴적에 하키스틱 한번 잡아보지 않은 소년들(그리고 상당수의 소녀들)이 꽤나 드뭅니다. 학교 체육시간에도 플로어 하키를 자주 하곤 하니까요. 그러나 정식으로 하키를 배우는건 조금 다른 문제에요. 우선 하우스 리그에 등록해야 하고, 은근히 부담되는 가격의 장비들도 맞춰야 하는건 물론 이거와 (게다가 아이들이 쑥쑥 크니 장비를 자주 갈아줘야 하지요.) 일주일에 몇번이고 연습과 경기를 따라다녀야 하니 왠만한 열정과 자금이 뒷받힘 되지 않으면은 쉽사리 시작하기 힘들거든요. 저희 부모님도 단순히 '캐나다에서 남자로 자란다면 하키지!' 라는 생각으로 동생에게 하키스틱을 쥐어줬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일주일에 연습 두번, 경기 두번, 그리고 개인레슨 두번까지 합해서 일주일에 아무리 못해도 링크에 여섯번은 드나들어야 하고 간혹 토너먼트라도 있으면 하루에 세번도 더 빙판에 출근해야 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거에요. 안 그래도 매너없게 추운것이 캐나다의 겨울인데 제발로 얼음창고같은 링크에 들어가서 얼기 시작하는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매점에서 파는 맹탕 커피로 손을 녹이고 그 와중에 목청이 터져라 응원을 하는 부모들을 보면 저건 하키에 미친 캐나다가 아니면 못할 짓이다 싶은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이 속해있는 주니어 리그 팀이 프로리그 경기에 초청되어서 중간 벤치타임동안 관중들 앞에서 연습경기라는 명목하게 재롱잔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고로 하키의 ㅎ도 모르는 김말랑이 난생처음 프로리그 하키경기에 가게 되는데...! 나머지는 다음 이시간에!
2008년 01월 27일
주중에는 각자 바쁘기에 같이 살더라도 모두 함께 둘러앉아 저녁 한번 먹기 힘든것이 현대인의 모습. 저희집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그래서 주말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집에서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식사시간에 맞춰서 집에 돌아와봤더니 아무도 없다 라는 조금은 울적한 시나리오를 종종 겪곤 해요. 여기서 제 1타격. 지친 가족들이 돌아왔을때 여유롭게 음식 간을 보며 '많이 춥지? 어서 옷 갈아입고 손씻고 와.' 라고 말해볼까 싶어져서 언제쯤 돌아오냐고 전화해보니 "우리 저녁먹고 돌아가니까 알아서 찾아먹어." 라는 대답이 돌아왔을때 제 2타격. 무심한듯 시크한 21세기의 레이디는 절대 결코 네버 이런걸로 삐지지 않는다 라고 자기최면을 걸며 심퉁맞게 열어본 밥통안에서 날 반기는것은 오직 쓸쓸한 밥주걱. 이로서 제 3타격. 최후의 보루인 그분을 꺼내려 뒤돌아보니, 두둥. 어째서 라면조차 없어 이 슬픈 나에게 제 4타격을 선사하는 것인가요. 나도 돈있어! 사먹을거야! 하고 흥칫핏 거렸지만 밖의 온도는 영하 20도. 결국 아무리 봐도 신통찮은 냉장고 속의 재료들로 무언가를 창조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냉장고 정리라는 명목하에 엄마가 요즘 장을 뜸하게 봤다는건 알았지만 막상 시들한 야채 몇가지와 김치만 달랑 있다는건 정말 너무해요. 게다가 김치는 국물밖에 없어! 버섯과 고추, 마늘, 약간의 피망과 샐러드용 아기시금치로 뭘 만들어야 저 멀리서 날 잊고 하하호호 포식하고 있을 가족들에게까지 잘 만들었다고 소문이 날까 싶어 머리를 데굴데굴 굴려봤지만 영 그럴싸한 생각은 나지 않았고, 고골고골 소리를 내며 귀찮은데 생으로 다 씹어먹으라고 명하는 위장님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타일르며 후라이팬을 꺼냅니다. ![]() 그리고 이렇게 너무나도 정직한 요리가 완성. 올리브오일에 살콩살콩 마늘을 볶아서 다른 재료들을 넣고 뒤적뒤적. 정식으로 다시 국물을 내는것이 정석이련만 이미 MSG에 절여진 몸, 아무렴 어떠랴 싶어 혼다시를 탄 물에 자작하게 졸여서 소금후추로 간을 했을 뿐인데 의외로 맛이 괜찮아서 흐뭇해져요 :) 너무 간단했기 때문에 탈선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는건 논외로 합시다(...) 아기시금치 침대위에 살포시 눕혀드리사 괴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으니 피날레는 발사믹 비네거 한스푼으로 합니다. 동양과 서양의 뜨거운 탱고! 이것이 바로 퓨전! 이라고 말해보지만 단순히 발사믹 비네거를 너무 좋아해서일 뿐. 병나발을 불라고 해도 할 수 있어요. ![]() 그러고보니 여기있는 재료 모두 어렸을때는 이를 아득바득 갈며 싫어했던 식재료라는 것이 사뭇 재밌어졌어요. 시금치는 비려서, 마늘과 고추는 매워서, 버섯은 특유의 몽글한 식감이 너무 적나라하고 변태스러워서. '크면 다 먹게 되있어' 라고 어른들이 말하셨을때 난 관뚜껑 덮는 날까지 절대 야채를 입에 대지 않겠다고 큰소리 떵떵쳤던걸 그분들이 모두 잊으셨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정말로 멋진 어른이라면 혼자서 먹더라도 (아니, 혼자서 먹기때문에 더더욱) 촛불을 켜고 와인 한잔을 기울일 줄 알아야 할터지만 전 헛자랐기 때문에 컴퓨터 앞에서 시퍼런 모니터 빛을 벗삼아 저녁을 먹습니다. 상대가 먹는 속도에 맞출 필요도 없고 피망부터 골라먹어도 눈치 보이지 않아요. 어느쪽이냐고 하면 사실 혼자 먹는걸 더 선호하는 편. 최근 식사도 열에 아홉은 홀로. 언젠가 읽었던 심심풀이땅콩 기사에서 말하길 평생을 혼자살며 독신을 고수하는 자들의 평균수명은 기혼자들에 비해서(물론 행복한 결혼생활이라는 전제하에) 짧다고 합니다. 꼭 먹는요소만이 그리 만든건 아닐터지만 유난히 요리를 즐긴다던지 건강에 신경쓰는 경우가 아닌 이상 혼자 먹을 음식이 타인들을 위해 만든 음식보다 격이 떨어짐은 역시 피할 수 없는 법이겠지요. 이 여유가 너무 편해져 버리면 요절하겠다고 생각하며 젓가락을 퉁겨내는 버섯의 쫄깃함에 새심 감탄합니다. 다음 주말에는 반드시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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