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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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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9일
이해하지 못한 영혼들을 위해.
2007년 10월 26일
조금은 복에 겨운 이야기지만, 이번 여행은 사실 자의로 가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딸내미." "응?" "다음주랑 다다음주 전부 스케쥴 비워뒀지?" "에?" "너 미국 가잖아." ![]()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부모님들끼리 약속이 되어 있었어서 전교 모든 여학생은 물론 매점 아주머니의 하트까지 사로잡고 있는 초 인기인과 하루아침에 약혼하고 예상치 못한 동거를 하게 되버렸어! ...라는 순어거지 순정물과 비슷한 레벨의 당황스러움. 그러나 저는 초연한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떠나기 45분전에 짐을 싸기 시작하는 대인배의 행동거지까지 실천했지요. 불만이 없던것은 아니었어요. 왜 여행사 패키지 여행인건데! 오직 버스를 타고 내리는것이 일과의 87.5%쯤 되는 패키지 여행이 젊음이 용암처럼 샘솟는 저를 만족시킬 수 있을리가 없지 않습니까. 허름한 배낭을 매고 히치하이킹으로 얻어탄 트럭 뒷칸의 짚더미에서 잠을 청한다던지, 아리조나 사막에서 선인장꿀로 연명하며 태양을 향해 뜨겁게 달리겠어요! 라며 열변을 토했지만 처절하게 외면 당했습니다. 입을 삐죽이며 평균연령대가 제 나이의 2.5배쯤 되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불만으로 가득 찬 울적한 제 마음을 그 무엇도 달랠 수 있을리가.. "안녕하세요. 제가 이번 여행의 가이드입니다. 새벽처럼 일어나셔서 오시느라 시장 하시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침부터 나눠 드리겠습니다." ...물론 있지요. ![]() 팥빵! 팥빵! 팥빵이다! ![]() 아, 저는 팥이 너무 좋아요. 아마도 저는 전생에 귀신이었던게 틀림없어요. 잡귀를 쫒아낸답시고 명절마다 사람들이 뿌려대는 팥에 원한이 사무쳐서 현생에서 이렇게 눈에 핏발을 세우고 팥에 집착하는게 정말로 분명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팥으로 집을 지어서 밤낮으로 우적우적 파먹고 싶을 정도에요.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져서 맨 뒷자리에 보금자리를 틀었어요. 잘 먹여주고 잘 재워준다는데 뭐. 게다가 사람 사는데가 다 거기서 거긴데 패키지 여행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게 된 자신에게 가벼운 한심함을 느끼며 따뜻한 창문에 기대서 고롱고롱 낮잠을 청하며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후세에서는 이것을 팥빵효과, 곧 Red bean bun effect 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2007년 10월 26일
사실 다녀온지는 한참이 지났습니다. ...와인과 여행기는 오래 묵을수록 좋은거에요. 주변사람들이 말이죠, 소식이 없다는 이유로 할렘가에서 뒷통수에 총알구멍이 났거나 텍사스에서 소를 몰고 있을거라던지 여러가지 추측을 했던듯 싶지만 사실 너무 무난하다 싶을 정도로 평탄하고 편안한 여행이었어요 :) 정신없이 바쁜 월스트리트에서 운명의 억만장자에게 실수로 커피를 쏟은걸 계기로 돌아올 수 없는 신데렐라 루트를 탔으리라 믿어준 모 양(21)에게 이 자리를 빌어 삼삼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쉽게도 어떤 배불뚝이 아저씨 양복코트 뒷편에다가 머스타드를 묻히기는 했지만 아저씨께서 블랙베리에 너무 열중하신 나머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셨고 인파에 밀려 얼떨결에(라고 썼으나 마음속으로 기쁨의 탈춤을 추었다 라고 읽읍시다) 사과도 못했지 뭐에요. ![]() 인생에 단 한번뿐일 스물한살의 여름을 뉴욕에서. '기왕 간거 된장냄세 풀풀 풍기고 와봐!' 라는 미션을 받았으나 그녀에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장애물이 있었으니... 섹스앤더시티를 본 적이 없다! 기대해도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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