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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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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04일
요 며칠내내 수영장에 들락날락 하더니만 결국 준우는 귀가 아프다며 입을 쭈욱 내밀고 샐쭉해졌다. 나도 딱 저만할때 수영강습을 받다가 중이염에 걸렸던 것이 생각이 나서 조금 안쓰럽지만, '귀가 아파서 씹을 수 없어' 라는 핑계로 아이스크림과 오렌지맛 환타만 짭짭거리는 것을 보다못한 엄마가 드디어 뿔났다. "너 그럴 것 같으면 그냥 아무것도 먹지 마." 매우 중요한걸 읽는 척 - 사실은 브리트니가 또 결혼할거라는 모르는게 오히려 속 편할 그런 기사였지만 - 신문을 뒤척이며 등을 돌리고 앉아있었지만 내 양심은 혼돈의 브레이크댄스를 추고 있었다. 꼭 조금만 아파도 임파선과 편도가 탱탱 부어오르던 내가 음식을 도무지 넘기지 못하자 의사가 아이스크림이라도 줄창 먹이라고 권해 삼일밤낮을 쭈쭈바만 쪽쪽 빨아댔던 영광의 과거를 준우에게 자랑 했던건 바로 나였던 것이다. 워낙 입이 짧아서 안그래도 와일드하게 운동하느라 체력이 축나는게 눈에 훤히 보이는데 이건 이래서 안먹고 저건 저래서 싫다고 우기는걸 살살 달래며 먹이는데 이골이 났었던건지 엄마가 요번에는 제대로 엄하다. 준우가 게눈을 하고 빼꼼하게 눈치를 보다가 부엌으로 슬금슬금 들어올라 치면 미실눈을 하고 홱 돌아본다. 똑똑 하고 문이 울리더니 난생 노크라고는 안하는 녀석이 발가락을 꼼질꼼질 거리며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온다. "Nu-na..?" "Yes?" '누나' 가 아닌, nuna 다. 엄마는 umma 가 아니라 제대로 된 악센트로 발음하면서 왜 누나만 저렇게 두바퀴반 꼬아서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집에서 영어로 대화를 해주는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 그런게 아닐까. 게다가 저렇게 중간을 모짜렐라 치즈처럼 쭈욱 늘여서 부르는걸 보니까 부탁이 있어서 온게 분명하다. "I'm hungry." "Go eat something then." "You know mom won't allow me.." "Well, I wonder why?" 난 변태가 분명해. 그것도 골수까지. 엄마아빠는 애 성격 나빠진다고 왠만하면 곱게 키우자고 그랬지만 이렇게 풀이 죽어서 곤란해 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은 시치미 뚝 떼고 괴롭혀 주고 싶은거다. 마치 햄스터에게 해바라기씨를 거의 줄듯 내밀었다가 쏙 숨겨버리면 '으엥? 어디간거지?' 하고 두리번두리번 거리는걸 보는 것 같은 그런 기분. 엄지발가락으로 카페트에 동글뱅이를 그리며 조용히 서있는다. 나는 비록 변태일지라도 모진 변태는 못되는게 탈이랄까. "You think you could eat mashed potatoes? It's rather creamy, you know." "I think so." 그래, 부드럽게 넘어가게 으깬감자로 결정. 우유와 버터를 듬뿍 넣어서 아주 목구멍에서 미끄덩미끄덩 넘어가게 만들어주마. 소금물에 감자를 삶는동안 옆에서 똥매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길래 왜그러냐 물었더니 '엄마가 화낼지도 몰라' 라고 심각하게 털어놓는다. 웃지 않으려고 혀를 깨물며 나름 엄숙하게 젓가락으로 감자를 찔러본다. 푹. 잘 익었구나. 팔뚝의 근육세포들을 일깨워 감자를 난도질 하고 있는데 뒤에서 개미목소리가 들려온다. '샌드위치로 먹어도 괜찮아?' 고개를 끄덕이고 빵을 꺼내려는데 개미목소리2가 또 들려온다. '바짝 구워줘. 크런치하게.' 귀 아파서 아무것도 못 씹겠다며. 감자를 으깨는걸 돕게 했더니 마냥 신났다. 빵을 노릇하게 구워내고 스팸이 한조각 남아있길래 잘게 썰어서 감자에 투하한후 허니 머스타드라도 조금 바르겠냐고 물어봤더니 귀가 아플것 같아서 싫단다. 도대체 그건 무슨 논리니. 접시를 양손에 위태하게 들고는 엄마가 볼새라 뒷마당 데크로 쪼로로 뛰어나간다. 야외의자 위에 앉아 바닥에 닿지 않는 발을 달랑거리며 두 볼이 빵빵하게 오물거리는 모습에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렴 배고프면 뭐가 맛없을까. 준우는 하늘을 쳐다 보랴 옆으로 삐져나오는 감자를 손가락으로 훑어 쪼옥 빨아먹느라 정신없어 알아채지 못했겠지만, 어느새 빨래를 마친 엄마가 나와 비슷한 미소를 띄고 내 옆에 서있었다. ![]() "잘 머컸습니타." 라며 해준 뽀뽀는 대단히 미끌미끌했고 아니나 다를까 짭짜름한 감자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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